출근 전 처자식과 짧지만 깊고 무겁게
그러므로 훗날 모든 퀑들의 선망인 백경대를 거쳐, 마왕을 지키는 네 방패로까지 성장하여 전투 하이퍼 퀑으로서 정점을 찍는 지로지만, 그도 젊을 적에는 말그대로 흙수저ㅡ빈민촌에서 본의 아니게 마약에 절여져, 자신의 하이퍼 퀑 능력으로 좀도둑질이나 하는 비참한 하층민이었다. 몇십 번의 좌절과 자학을 거쳐, 그는 백경대 신체 단련 계획을 반복하여 따라잡았고, 자신의 발목을 늘.잡던.마약도 딱 끊었는데, 사실 끊었다기보다는 마약의 욕구를 누를수 있는 좋은 기억으로 생각을 돌렸다고 보는 편이 맞았다. 물리 법칙을 위배하는 하나의 능력만을 타고난 일반 퀑과 달리 두 종류 이상의 능력을 한꺼번에 타고난 하이퍼 퀑이었던 지로의 또다른 능력은 다름아닌, 물건이나 사람에게 남겨진 기억읽기였는데, 그는 약에
대한 욕망이 끓어오를 때마다 가정이 화목했을 무렵, 집을 꾸미던 장식품에 남겨진, 어린시절의 좋은 기억을 읽어내며 중독을 참는다.
그러므로 때로는 무조건 참고 끊고 누르는 일만이 능사가 아니다. 거리의 철학자께서는 사람 망가지는데 십년이면 고치는데도 십년 봐야 한다 했다. 아침부터 훈련하고 목욕하고 식사하고 정리하고 처자식과 잠시 놀이터갈때, 벗들과 수다떨다 냉면과 술 얘기가 나왔는데, 오후에 출근할 몸인데도 그렇게 생각이 났다. 때마침 놀이터 앞 작은 가게가 편의점으로 바뀌며 온갖 술과 간단한 안주거리가 구비되어 있으니, 날씨도 좋겠다, 그늘진 데에서 아이 재롱보며, 조잡할망정 튀김붙이와 소주 고량주 한두잔씩 하면 곧 천국.아닐까, 생각했지만, 한없이 좋다고 습관적으로 술잔에 손을 대는 이 버릇이 결국 나의 대단치도 않은 태권도나 독서뿐 아니라, 넋과 몸까지 망가뜨리게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무조건 밀어내는게 아니라 처자식과 짧을지언정 깊고 무겁고 진하게 행복을 만끽하며 논다. 소은이는 비눗방울을 제법 길고 굵게.잘 만들므로, 태권도의 기술로 비눗방울을 손발로 다양하게 터뜨리는 연습을 했다. 아이는.깔깔거리며 즐거워했고, 나는 생각보다 연습이 되었는데 잡념이 안 끼어 좋았다. 그러므로 나쁜 기억은 좋은 기억으로 누르고 섞어 자꾸 흐리고 무르게 만든다. 내게 영향조차 없도록 퇴색시켜버리는 것이다. 늘 매사에 애쓰지 않으면 안되는 나약한 사내라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