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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땅히적을곳이없어서!(음식감평)

오늘의 면식수햏(24) - ㅋ 냉우동, 김치열무국수

by Aner병문

사실 이 이야기는, 조금 더 감량을 많이 하면 쓰려고 했지만, 더 이상은 한계인 듯하다. 이번 대회를 치르면서 나는 내 무공의 한계를 여실히 느꼈고, 나아가 내 삶의 한계도 느꼈다. 아직까지 큰 탈 없이 비교적 건강하게 삶을 영위할 수 있어 정말 다행이지만, 내가 하고 싶은 일마다 내 능력이 따라주지 않는다는 점 또한 무척 슬픈 일이다. 나는 내 무공을 사랑하지만, 내 태권도는 내 노력만큼 따라가지 못하고(사실 사회 체육하면서 그렇게 대단한 노력을 하지도 않앗다.), 어디 무공뿐이랴. 공부도 사랑도 내가 마음먹은만큼 따라준건 별로 없었다. 나는 작게부터는 컴퓨터 빈 화면, 땀에 젖은 글러브부터, 크게는 옛 성현들의 말씀과 귀한 책들과 위대한 무인들과 무엇보다 나와 평생 함께 해주기로 마음 먹은 아내, 그리고 제 뜻과 무관하게 내 자식으로 태어난 딸에게도 무척 미안한 사람이다. 이처럼 한계가 많은 사람이기에 나는 가끔 내 입에 들어가는 음식들도 조절하기가 어려웠다.



그런데 더이상은 내 식성과 체중을 그냥 두지 못할 계기가 생겼다. 아직 추위가 가시지 않은 올해 초봄, 우편물을 받아오신 어머니께서 노발대발 하셨는데, 난 정말이지 우리 나라에서 내 몸을 그렇게 걱정해줄줄 몰랐다. 작년 직장인 건강검진에서 내가 대사증후군이 의심된다며 좀더 노력이 필요하다는 증명을 보내왔는데 그걸 어머니께서 보신 게다. 혈압이야 우리 집 내림이고, 커피를 늘 달고 사니 어쩔 수 없다 쳐도, 지방량을 포함한 체중과, 늘 운동하니까 괜찮다고 생각했던 허리 둘레도 모두 대사증후군 기준에 포함되어 있었다. 아버지꼐서도 너 정말 늘 운동하는 녀석 맞냐고 혀를 차셧고, 훈련할때마다 매일 일기를 쓰는 내 스스로에 대해 거짓은 없었지만, 솔직히 내 스스로도 충격이었다. 그 동안은 동일한 훈련량과 식사량, 음주를 유지해도 아무 일이 없었는데 어느틈에 스멀스멀 올라온 체중과 군살이 이젠 건강까지 위협한다는 사실에 뒤통수를 맞은 기분이었다. 세상말로 이젠 더이상 '운동으로 카바칠 수' 없다는 결심이 섰다.



그때 제일 먼저 결심한게 술을 더 줄이고(끊는다는 생각은 절대 안함^^;;), 훈련의 종류를 조금 다르게 하고, 무엇보다 외식을 줄이기로 결심했다. 안그래도 무뎌져가는 미각이 걱정되는 차에, 늘 피곤하고 귀찮다며 집밥 대신 편의점과 식당 밥을 먹어댔던 벌을 받는다고 생각했다. 이젠 더이상 과한 염분과 당분을 잔뜩 넣은, 바깥 밥을 소화시키기 어려웠다. 나는 독하게 마음 먹고 체중을 쟀는데 그 때 내 몸무게가 76kg였다. 갓난 소은이 키우면서 훈련전혀 없이 지냈던 8개월 동안 나는 62kg에서 84kg까지 쪘었다. 그러다 좀 빠져서 괜찮겠거니 싶었는데, 여전히 내 몸무게는 내가 감당할 수준이 아니었다. 그래서 나는 거의 매일 몸무게를 쟀고, 태권도 훈련의 비율에서 근력과 체력 훈련의 비중을 높였다. 시간 자체를 더 낼수는 없으니 조금이라도 부하를 더 높이기 위해 체력단련 5종 모음을 실시하게 된 때도, 턱걸이를 시작하게 된 때도 이 즈음이다. 처음 턱걸이를 시작할땐 1개도 못해서 이 또한 충격이었다. 원래 총각시절 권투를 할때, 내 몸무게는 아무리 먹어도 54kg였고, 바지 26인치를 입었으며, 턱걸이도 가볍게 15개는 예사였다. 한때 나는 2주만에 8kg를 빼고, 또 20여kg를 바로 찌우는 등, 체급을 맞추는 일도 자주 했엇는데, 신진대사가 낮아져 감량의 폭이 매우 느려지고 줄어들긴 했지만, 어쨌든 집밥을 싸다니고, 특히 늦은밤에 편의점 군것질과 간편식 등을 모두 끊음으로서, 감량은 확실하게 진행되었다. 나는 76kg 에서 64kg까지는 내렸지만, 가능한 58kg까지는 내리고 싶었는데 더는 진행이 어려웠다. 현재 나는 66 전후 체중을 유지하고 있고, 이번 대회는 70kg 이하 체급으로 출전했는데 67kg 이었다. 무엇보다 턱걸이가 많이 돌아와서 정말 좋았다. 상체 운동의 절정이라 불리는 턱걸이를 잘하려면 체중도 결코 무시할 수 없었다.



앞말이 너무 길어졌는데, 매일 도시락을 싸다니면서, 대단할 건 없었다. 어차피 집에 있는 반찬 싸가기만 하면 그만인지라, 밥솥 안의 잡곡밥을 듬뿍 푸고, 김치와 멸치볶음, 우엉, 당근, 연근 등의 마른반찬을 함께 싸면 끝이었다. 후다닥 먹고 나서 화장실에서 수돗물로 쓰윽 한번 설거지하기도 좋았다. 다만 그렇게만 먹으면 금방 헛헛해지고 물릴 수 있으니, 참치캔이나 컵라면 등을 하나씩 더해서 비벼먹거나 말아먹기도 했다. 이번 감평은, 함께 했던 컵라면들 중 비교적 기억에 남았던 음식들이다.




1. ㅋ 냉우동


사실 우동보다는 냉면 파다. 나는 밀가루의 향이 거슬리는 음식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그래서 떡볶이도 썩 즐기지 않지만, 먹어야 한다면 밀떡보다는 쌀떡이고, 우동이나 칼국수보다는 냉면 쫄면을 훨씬 좋아한다. 하지만 아주 어렸을때 지하철 역이나 기차 역에는 쑥갓 향이 물씬 풍기는 '가락국수' 풍의 우동을 파는 곳이 종종 있엇는데, 국물이 졸아붙을 정도로 펄펄 끓여 짭짤하면서도 구수하니 맑은 우동을 먹는 일은 매우 좋아한다. 매운 맛을 썩 즐기진 않지만 이 경우에는 오래되어 색이 바랜 고춧가루 통의 말라붙은 고춧가루를 퍽퍽 뿌려 빨간 점이 듬뿍 올라간 우동 국물 마시기도 좋아한다. 조촐한 어묵 가게에서 어묵에 따뜻한 사께를 마시고, 그 국물에 면을 말아주어 뒷맛을 즐기는 도락도, 이른바 꾼들의 입맛이라고 들었다. 나도 좋아한다. 이번 여름은 유독 더웟는데, 편의점에서 냉우동이라니? 싶긴 했다. 겉면을 슬쩍 살펴보니, 얼음 컵을 따로 증정한답시고 제법 물 버리고 끓이고 하는 과정이 번거로워보였다. 그래도 한번은 먹어봐야지!



- 결론 : 유부가 문젭니다, 유부 포장지 좀 약하게 만들어주세요!


사실 대단할 건 없는 음식입니다. 그냥 평범한 우동 맛이에요. 얼음컵을 줘서 육수를 빨리 식힐수 있다고는 하지만 굳이 찬 국물이라고 해서 딱히 더 맛있다고 느끼진 않았습니다. 여름이니까 시원한 맛에 먹겠지요. 찬 국물에 만 면이 탱글탱글 하긴 했지만, 이 우동 두어번 먹어봤는데, 그때마다 좀 딱딱하다는 느낌은 적잖이 들었습니다.


이 컵우동의 제목을 차지하는 유부는 편의점 기준 감안하여 맛있습니다. 크기도 크구요, 맛도 진해요. 그런데, 문제는, 포장지가 정말 너무 힘듭니다. 전 이 나이 먹고도 손톱을 물어뜯는 부끄러운 버릇 때문에 양손 손톱이 거의 없다시디 닳아있거든요. 근데 유부를 꽁꽁 싸놓은 투명 포장지에 손가락 끝으로 잡아 쭈욱 뜯는 손잡이는 커녕, 아주 밀봉을 해놔서 방법이 없습니다. 가위도 없었고, 이로도 뜯기지 않을 정도로 포장지가 질겨요. 그래서 어떻게 했냐구요? ㅡㅡ;; 공부할때 쓰는 볼펜 끝으로 뚫은 다음 쭈욱 당겨서 찢어서 겨우 열었습니다. 한 번도 아니고 두번이나 그랬어요. 그 다음부터는 웬지 성가시고 지쳐서 안 먹게 되더라고요. 참, 은근히 와사비, 겨자향이 좀 셉니다. 코끝을 약간 뚫을 정도입니다. 냉우동이라는 청량함을 강조하기 위함이었을까요?




2. 김치열무국수


어느 힙합 가수 중 유독 고음을 잘 올리는 중년 가수의 이름은, 안타깝게도 이제 어떤 음식의 양에 비해 지나치게 가격이 비쌀때를 조롱하는 호칭이 되어버렸다. 반면 오랫동안 따뜻한 어머니 배역을 맡아오던 노배우의 존함은 맛있고 양많은데 값까지 저렴한 상품을 칭송하는 호칭이 되었다. 이 김치말이 국수는 그 노배우의 기획을 가지고 출품되진 않았지만, 유튜브에서 볼때마다 그 노배우의 이름을 갖다붙이는 사람들이 제법 많았다. 그만큼 양과 맛이 나쁘지 않았다는 뜻이었나보다. 도시락을 싸들고 다니기 시작하면서, 편의점 제품들을 미리 먹어보고 평해주는 유튜버들의 미각을 한번쯤은 믿어보게 되었다. 물론 나와 기준이 전혀 다른 분들도 많다.



결론 : 김밥과 국수는 지금까지도 어울리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열무도 밍밍했던 기억이에요.



제일 먼저 이 제품을 보았을때 약간 난감했던 항목이 김밥이었습니다. 라면에 찬밥이야 정말 환상의 궁합이지만, 국수 소면에 김밥이라니, 만두도 아니고, 싶었지요. 시험 삼아 하나 먹어봤지만 역시 어울리지 않았어요. 많은 유튜버들은 이 가격에 국수에 김밥까지 준다고 칭송했으니, 그냥 배 채우기 위한 구색맞추기 아니었나 싶습니다. 저도 맨 나중에 입가심으로 따로 먹었어요.



열무는, 안타깝지만 밍밍했어요. 김치는 워낙 전주 출신 우리 어머니가 잘 담그시기도 했고, 갈치속젓이나 생새우, 하여간 양념 많이 넣고 간이 센, 새콤달콤 사각사각 칼칼한 김치에 제가 워낙 적응이 된 탓도 있겠지요. 우리집 열무에 비해, 씹히는 맛 하나 없이 질겅질겅 힘없는 이파리와 줄기에 설탕을 넣었는지 의심될 정도로 어색한 단맛조차 밍밍해서 열무도 그냥 그랬습니다. 육수는 시판되는 냉면 육수 같앗군요. 이 제품에도 얼음컵을 주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역시 그냥 여름을 겨냥한, 시원한 맛에 먹는 음식의 한계를 넘지 못한 듯합니다. 하긴, 편의점 음식이 다 그렇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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