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애주가의 이야기
진짜 참말 술을 좋아한다. 좋은 술에 좋은 음식이라면 바랄게 없겠지만, 음식이 단촐하다면, 술이라도 좋아야 하고, 술이 단촐하면 음식이라도 좋아야하는데, 사내대장부로 나서 까탈스레 밥치레 술치레할수야 없다. 그러므로 술과 음식이 헐하다면 분위기가 좋아야하는데, 가족들과 담소하며, 특히 아이의 재롱을 보는 동안 아내와 함께 도란도란 이야기 나누며 마시는 술은 설사 싸구려 공장 소주에 김치 하나여도 입에 짝짝 붙는다. 감히 내가 풍류남아를 자부하거니와 사실 어머니, 그리고 아내가 해준 반찬은 단촐해보여도 맛이 깊다. 생새우를 잔뜩 넣어 시원한 어머니 김치나 아내가 해놓고 간 박나물도 참으로 황송하다.
그러나 남편이자 아비가 되어 밑도끝도없이 술타령할수도 없거니와 두주불사 밤새워 마시던 젊은 시절도 이제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한때의 낭만일수는 있어도 내게는 이제 현실과 의무가.있다. 또한 아내와 목사님은 모두 교회 다니는 사람이 술을 못 끊어 걱정이라 하셨다. 그러므로 나는 아내가 허락치 않은 술을 마시지 않고, 아내없이 혼자 술을 마시지 않고, 소은이와 둘이 있는데 멀리 나가 술 마시지 않고, 무분별하게 여러날, 자주, 기억없이 마셔대지 않는다.
그러므로 아내는 또 새벽 일찍 출근한다며, 조금이라도 시부모님, 남편 손 덜어주려 반찬들 잔뜩 해놓고 아이와 먼저 잠들었다. 눈물콧물이 시큰하니 마음 같으면야 아내가 해놓은 짜장이며, 구운 고기, 나물 반찬에 반 병쯤 마시고 싶으나, 어제도 아버지와 한 잔 하였고, 돌아오는 주말에는 처가에서 또 회에 해산물에 허리 풀고 마실텐데, 이런 때에 차곡히 쌓아두는게 신뢰다. 내 무슨 원효스님이라고, 탄산수가 술이겠거니 생각하며 마셨다. 아내 생각에 마냥 고맙고 미안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