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땅히적을곳이없어서!(긴끄적임)

예술과 가족 사이의 추석.

by Aner병문


그러므로 감히 말한다. 취중에 농으로야 야구축구 경기보며 밥먹고 공 만지는 것들이 저렇게 못해, 내가 나가도 저보다는 잘하겠다, 라든가 프로 격투가들이 무참히 패배하는 모습을 보며 어차피 치고받고 개싸움인데 저걸 하나 못 이기냐고 말할지 모르겠다. 그러나 진심이 되어서는 안되는거다. 나는 이미 오래 전에 그린 북 영화를 보고나서 주연배우였던 마허샬라 알리의 섹시함 운운하는, 쓸데없는 이야기라든가, 고작해야 지 주둥이에 들어가는 음식 취향을 가지고 굳이 아비투스 까지 끌어다붙이는 어법 등을 늘 경멸해왔다. 나도 그러한 지적 허영이나 허세에 멀지 않은 사람이라, 유독 더 극성맞은지 모르겠다.



과천현대미술관에서 모네를 비롯한 여러 명사들의 그림을 볼수 있다 하여 내심 기대했었다. 나는 중고등학교 시절부터 이미 코끼리 그리면, 와, 돼지 잘 그렸다! 정도의 무참한 실력을 자랑하긴 했으나 어렸을 때부터 그림이나 조각, 도자 등을 보는걸 무척 좋아했다. 워낙 언어에 천착된 종자라, 언어 없이도 뜻을 전달하는 또다른 경로에 깊이 매료되었는지도 모른다. 여튼 추석 당일 비는 무섭게 내리는데, 어머니 아버지께서 함께 나가시려다 갑자기 못 나가시게 되면서, 추석에 처자식과 함께 어델 가면 좋을까 하다 과천 현대미술관 무료 개방을 보고 얼른 가게 되었다.



예술을 만들어낼 때는 천재가.부단히 노력해야했고, 그를 후원하는 상류층이 그 결과물을 제일 먼저 향유하는 시대는 지났다. 젊었을적 들어봤던 ㄹ 선생의 충격적 응답처럼, 현대 예술은 자본으로부터 많은 빚을 졌지만, 결코 자본이 없다 한들 예술로서 존재가 훼손되지 않는다. 좌우당간 이제는 계층, 계급, 클래스, 하이어라키hierachy와 무관하게 일정 수준 이상의 교육 및 예술을 누릴수 있는 시대다. 내 입장에서는, 처자식을 포함해 말 통하는 이와의 대화, 도장에서 땀흘리는 시간을 제외하면, 늘 쓸데없이 날선 대화와 허깨비같은 관계에 애쓰는 값으로 급여받을 뿐이므로, 전혀 다른 입장과 의도에서 세상을 해석하는 예술이 참말 좋았다. 철학자들이 철학하기 전에는 그 같은 개념이 없었을 터이고, 무인들이 훈련하기 전에는 그 같은 기술이 있을 리 없으니, 예술가들이 고뇌하기 전에는 세상의 깊은 흔적 내는듯한 작품들이 있을리 만무하다. 그러므로 이번 전시의 기획은, 모네와 르누아르처럼, 현실의 완벽한 모사인 사진에 대항하여, 현실의 어느 한 부분을 변용하는데서 출발하여 오히려 현실을 바꾸고자 관념을 극단까지 밀어붙이는 현대 미술의 흐름까지 연결하는 흐름이 잘 보여 좋았다. 물론 어떤 작품들은 마치 맞서기에서 밑도끝도없이 화려한 발차기만 날려대듯, 저렇게까지 극단적으로 가야할까 싶기도 했으나, 현대 예술이란, 현실로부터 벗어나는데 그 목적을 두긴 하므로 참아보았다. 더이상 현실을 가깝게 모사하는 일이 예술의 목적이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솔직히 속이 울렁거려서, 내 취향이라 보긴 어려웠다. 관념적으로 이해할 일은 아니었고, 또한 나이 먹을수록 내 취향이 더욱 완고하게 옛날식으로 변한다는 사실도 알고 있었다.




여튼 어린이미술관에서 딸내미 그림 그리고 있는 동안, 아내와 나는 번갈아 교대하며 현대 미술관 그림 보고 있는데, 갑자기 한 무리의 젊은 아가씨들과 조우했다. 보아하니 미술과 영어를 좀 아는 한 명이 대장 격이었고, 나머지는 마치 도슨트의 갤러리 토크를 듣듯이 그녀에게 무엇을 묻고 대답을 들으면 아아, 그렇구나, 하는 식이었다. 내 젊은 시절도 생각나고 해서 그러려니 그냥 지나치며 듣고 있는데, 잭슨 폴락을 연상케 하는, 어느 드리핑 dripping 그림 앞에서, 그 대장 격의 여인이 약간 뻐기는 투로 말했다. 솔직히 이런건 아무나 할수 있는거 아니야? 나도 하겠다, 이게 무슨 예술이야??



























(심한 욕) (심한 욕) 원래 우리 미술관 이틀 동안 갔었는데, 처음에는 나도 흥분해서 굉장히 여기에 심한 욕설을 썼는데 다시 보고 그냥 지웠다. 다만 이건 남기고 싶다. 야, 이 무식한 ㄴ아....ㅋㅋ



아내는 솔직히 그 아가씨가 이해가 된다 했다. 야, 이 사람아, 편들걸 편들어야제, 시대를 풍미한 걸작을 자기도 할수 있다는디 그거이 이해가 되는거여? 아이, 그라모 어쩝니꼬? 내 봐도 물감 끼얹은 걸로 보이는기이 우짜노? 저거 쏟는기이 누구 못하노 생각할수도 있지! 부부는 그림 앞에 두고 장난스레 평행선을 달렸다. 좌우당간 2025 젊은 모색 기획전을 나는 이해하기 어려웠다. 나는 옛날부터 고전을 공부했고, 이제는 가정과 처자식을 둔 몸이기에, 더이상 젊은 시절처럼 혁신과 변화와 파격을 이해하기 어려웠다. 나는 게임이 예술의 반열에 든다는 사실을 이해하기 어려웠고, 서사를 이해하기 어려운 작품 앞에서 머리만 꼬았다. 나는 모든 작품의 설명을 모두 찍어두었는데, 어떤 작품은 옆의 언어가 필요했고, 어떤 작품은 옆의 언어가 전혀 필요하지 않았으며, 어떤 작품은 옆의 언어를 뛰어넘었다. 나는 이제 더이상 천하제일의 뛰어난 절세무공이나, 단번에 강해질 수 있다는 말을 믿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나는 내가 이해할수 없는 예술을 구태여 이해하려 들 여유가 없었다. 그래서 나는 머리를 앓다가 다시 고전 예술의 층으로 돌아왔는데, 풍염한 수묵화와 색채가 가득한 르누아르를 보면서 나도 모르게 숨이 트였고, 마음이 놓였다.



우리 가족은 이틀간 과천 현대미술관에 갔다. 감히 풍류남아를 자부하는, 나이든 사내로서, 나는 그림을 보고, 처자식과 이야기 나누는 일이 최고의 도락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나는 현대 예술에 크나큰 장벽을 느꼈다. 나는 이제 내가 가눌수 잇는 손발로 구현하는 기술만을 이해하는 사내가 되었고, 이미 이해된 구절을 다시 읽어 음미하기도 바쁘기에, 굳이 이해되지 않는 관념의 극단들을 이해하려 애쓰는 사내가 아니게 되었다. 황석영 선생의 말처럼, 나는 이제 어디서 본듯한 아저씨가 되었다. 내게 더한 발전은 없을 것이고, 나의 공부와 무공은 아마 이 수준에서 더 퇴화하지 않도록 죽는 그날까지 애쓰다 끝날 터이다. 나는 내 명운에 만족한다. 나는 내 핏줄에게 나내가 아는 만큼 알려주어 그를 출발점으로 삼게 할 터이다. 내게 남은 마지막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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