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속 문장 한 토막 심어두고.
지난 주말 독감.예방코자 아이에게 맞힌 주사가 독감으로 그예 직결되었다. 무협지 주인공마냥 백독봉침百毒封侵 만독불침 萬毐不侵 경지는 아니더라도 다른 아이들 폐렴으로 픽픽 입원해나갈 적에 한 두어번 토하고는 거뜬히 나아서 그 경이로운 회복력에 아내나 나나 혀를 내둘렀던 적이 있다. 그런 소은이가 세상에 밤새 콧물을 훌쩍이더니, 하필 내가 일찍 출근하는 날 아침부터.열이 오르고 기운이 없다 하여 아버지 어머니께 맵게 혼나고, 괜히 주사 맞은 아이 제 아비 풍류놀음에 이리저리 끼워 돌렸나 싶어 미안하기도 했다. 어제는 일찍.퇴근하여 아이 약 먹이고 일찍 재웠는데, 그 전날 아이 열 오를까 술기운에도 제 어미와 함께 깨어 약 먹이고 하다, 아내는 출근길 배웅하고, 아이 역시 밤새 시달린 이력이 있어 두 부녀가 드르렁드르렁 코를 골며 잤다.
아이는 한결 나은 모습이었으나 그렇다 한들 함부로 자리를 비울수 없어 아이 밥 먹이고, 방정리하고, 살림살이 사오고, 빨래 정리하고, 남는 시간 몇 줄 읽다가 아버지와 교대하여 출근길 나섰다. 흐린 아침이었다. 훈련을 안할수는 없으니, 공부 훈련 순서를 바꿔서라도 남은 훈련은 해야했다. 어느 환경에도 믿음을 버리지 않듯, 일상이 바뀌더라도 문장 몇 줄 읽을 여유는 잠시라도 있어야한다. 아이 다니는 어린이집 맞은편, 인상 좋은 총각 사장님 운영하는 빵집에서 뜨뜻한 커피, 빵 한 조각 두고, 한 5분이라도, 시 읽고 가는 출근길은 어쨌든 허무하지 않다. 견딜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