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F 1477일차.ㅡ 맞서기를 한다는 것
센 사람이 무조건 이길까? 안타깝게도 언제나, 절대로, 그렇지는 않다. 근력, 체력, 순발력 등을 포함한 신체 기능, 규칙, 기술의 숙련도, 각자 몸의 상태, 여러가지 등이 모두 포함된다. 같은 조건이라면 싸움꾼보다 훈련을 유지하는 격투가가 유리할테지만 절대적이진 않다.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변수는 알수 없다. 야구도 9회말.투아웃부터도, 결혼도 면사포 쓸때까지도 모른다 했는데, 하잘것없는.드잡이질을 포함하여 인생의 무엇인들 아니 그런가.
신체.기능은 나약하고 기술의 숙련도도 고만고만하며, 단지 기초기본만을 이십여년.가까이 반복하는, 내년 마흔둘의 아저씨인 나의 맞서기는 무엇으로 버티는가? 대회에서는 아직도 금메달을 따본적 없고, 어쩌다 이겨본 시합도 나와 격 차이가 많이 나는 낮은 띠의.사내들 위주이며, 하물며 고수들이 득시글대는 도장 내의 연습에서 나는 만족하게 이겨본 경험이 드물다. 물론 길거리 드잡이질을 좋아하지도 않고, 그럴 나이도 지났으며, 언제 어데서 무슨 짓을 할지 모른다는 변수까지 감안하면 끔찍하긴 매한가지이지만, 난 그래도 아직까지 도장의 사형제 사자매들이 길거리 싸움꾼들보다 훨씬 무섭다. 짖는.개는.물지 않는다. 몸을 열고 턱을 든 채 밀고 들어오는 사내들은 다른 의미에서 너무 무섭다. 때릴 데가 너무 많아서 어데부터 쳐야될까 싶고, 그래도 때리면 안되니까 어딜 잡아서 꺾거나 넘길까 싶다가, 또 이 양반 낙법은 칠 줄 아나, 뒷통수 잡아줘야하나 슬슬 생각하면서 겨드랑이 다 벌린채 휘두르는 주먹.피하며 하는 고민들도 철없고 열쩍어서, 나는 더이상 함부로 나서지 않고, 배운 기술 까불어대며 스스로 내세우려 드는 버릇도 없다. 한 아이의 아비이자 아내의 남편으로, 군소리없이 일찍 들어오고, 건강히 건전히 지내는게 내 의무다.
그러므로 내게는 오로지 경험만이 있을뿐이다. 아직 녹띠인 오전반 우백호의 젊음과 신체 기능, 기술이 이미 갓 중년의 나를 압도한다. 나이 사십은.아직 청춘이나, 후기 청년 운운이라지만 사회적 나이나 그러하고, 이견없이 순수히 젊은 이십대 초반의 우백호의 몸놀림은 유려하고 매끄럽다. 관절마다 부드럽고 유연해서 좌우 손발에 치고 차기가 그야말로 파도가 불을 뿜듯 격렬하게 터져나온다. 그 기술들이 그대로 발동거리게 두면 나는 피터지게 줘터져도 할말이 없다.
그러므로 나는 늘 상대의 공격이 기세를 타기.전에 먼저 가서 치거나, 중심을 뒤에 두어 공격이 지나간 다음 따라들어가 치거나, 상대의 힘몰린 곳을 쳐서 주의를 끈 다음, 빈 곳을 쑤시고 들어간다. 상대의 공격을 막고 피하고 옆으로 돌고 따라들어가기 위해 나는 무엇보다 부단히도 움직이는 보법을 연습했다. 내 발바닥은 속절없이 몇번이고 벗겨졌다. 그러므로 이제서야 겨우 아직 젊은 유급자들 사이에서 어찌 체면치레만 한다. 철없이 살았을 무렵의 경험들이 아직.내게 약간이나마 긍정적으로 남아 있다.
ㅡ 오늘의 훈련
유연성
맞서기 정규 훈련
턱걸이 앞뒤 반복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