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내미의 사람론論 ㅡ 그 세 번째 이야기
딸내미가 입을.떼면서 사람이 뭐냐고 근원적 질문(?) 을 던져서 꼴에 인문학 전공이랍시고 애비로서 동네방네 기뻤다는 이야기는 어렴풋이 본격부녀육아일지 에 몇 번 적은 일이 있다. 이제는 말이 제법 터서, 아직도 살짝 발음이 무너지는 단어, 또는 완전히 조리있게 만들지 못하는.문장이 간혹 있어도, 의사소통이나 상황설명에는 큰 무리가 없어 즐거웠다. 하루가 다르게 말이 늘어, 함께 다닐때마다 딸과 즐기는 끝말잇기는 소소한 재미이기도 했다.
겨울이 되며 아이는,.요즘.유행이라는 꽃무늬 할머니.조끼를 번갈아 입고 다녔는데, 제 애비 닮아 열이 많은 탓인지 그 위에 외투는 또 안 입겠다 투정하는 날이 간혹 있었다. 하기야 올 겨울, 드물게 덜 춥기는.하다. 하여 아이는 외투 양 끝 옷깃을 뒤집어 제 머리를 감싸며, 히히, 아빠, 나는 펭귄이다아, 하며 펭귄 놀이를.즐겼는데, 내 보기엔 꼭 삼각김밥 같아 삼각김밥이냐고 말하기도 했다. 저가.듣기에도 폥귄보다는 삼각김밥이 더 그럴듯했는지, 외투를 얼마나 더 덮어썼느냐에 따라 삼각김밥과 주먹밥으로 나뉜다니, 귀여워 미칠 지경이었다. 하여 옷깃 한 구석을 떼어먹는 시늉을 하며, 앗따, 소은이 주먹밥 맛있네에, 하자 소은이가 다시 외투를 올바로
내려놓으며, 아니야! 나는 지금.사람! 아빠 얼른 뱉어! 했다.
그때 무심코 소은이에게, 소은아, 사람이 뭐야? 하고 묻자, 소은이는 주저없이 아주 당당히 말했다. 사람은! 가족이 있고! 서로 사이좋게 지내는 게.사람이야! 와, 갑자기 눈시울이 주책맞게 뜨끈해지면서 그래, 소은아, 네 말이 꼭 맞다! 하면서 손뼉쳐주었다. 간식도 약속했다. 역시, 내 딸, 책 읽고 태권도할 자격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