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껏 경험해보지 않은 나라를 만들어주시겠다 했다. 과연 그러했다. 미증유의 전염병 사태에서, 이 정부는 비록 공수처 신설과 적폐청산을 부르짖었지만 옛 여당이자 현 야당의 굴레를 전혀 벗어나지 못했다. 코로나 사태가 더하여 침체된 세계경제와 국내 상황을 대통령 혼자 살려내라 떼쓰는 것이 아니다. 이 정부 혼자 다 할 수 없는 것이 있으며 해내라 강짜부리는 것도 아니다. 다만 우리가 민주 정부에 바라는 아주 기초적인 도덕과 윤리와 의무가 실종되어, 이 정부에 표를 주었던 나조차 어리둥절하고 마는 터였다.
전태일 열사가 돌아가신 주기를 기려 박주민 의원을 비롯한 이들은 기업의 횡포를 제약하는 법을 만들겠다 했고, 몇몇 인권연대 인사들과 노총 투쟁가들은 오늘 구로디지털단지에 모여 세월호부터 시작하여 아직도 타파되지 않은 비극과 악습과 모순을 깜지쓰듯 줄줄이 엮어놓은 조끼를 입고 악을 쓰고 있었다. 그들은 무관심하게 지나치는 점심시간의 젊은 노동자들을 비난했고, 그들을 말리러 온 경비원들에게도 무식하다며 화를 냈다. 경비원들도 결국 어느 자본가들의 말을 듣고 대신 말리러 온 노동자들일텐데 애잔한 골육상쟁이었다. 같은 노동자의 자유를 위해 부르짖는다면서 정작 눈앞의 노동자들에게 선을 긋는 그들의 정의는 어데의 누구를 위한 것일까, 이 정부와 그들의 모습이 왜 이리도 겹쳐보일까, 헉슬리가 예견한 세상대로 이미 서로 똑똑한 이들이 너무 많은 이 시대에 왜 이리도 살기가 힘들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