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땅히적을곳이없어서!(짧은끄적임)

ITF 1495일차 ㅡ 오늘이 최고 추운거 같아!

by Aner병문


날씨가 아무리 추워도 아이와 함께 손잡고 어린이집 가는 즐거운 추억을 포기할순 없다. 오늘처럼 바람까지 쌩쌩 부는 날이면, 따뜻한 캔커피 하나 사서 아이 손에 쥐어주고 또 내 손으로 한번 옮겨쥐고 하면서 장난치고 이야기나누며 걸어서 약 5~10분 정도의 거리를 함께 가곤 한다. 요즘은 ‘본격부녀육아일지‘ 를 따로 쓰지 않아도 될 정도로, 아이와의 대화는 일상 곳곳에 스몄는데, 이를테면 엊그제의 일도 그렇다. 아이가 웬일로 일찍 일어나 뭐라고 종알거리기에 나도 잠이 살풋 깨었는데, 아이 곁에서 같이 주무시는 아버지- 아이 할아버지에게 뭐라고 이야기를 건넨 모양이었다. 밤늦게 잠들고 자주 꺠는만큼, 나는 사실 아침에 좀 더 피곤해하는 편이다. 아이 때문에, 아침 훈련 때문에 억지로 커피 마시면서 일어나는 것이다. 일어날 시간이 사오십분 정도 남아길래 잠깐 선잠이 들었다가 다시 깨었다. 늘 그렇듯이 전쟁처럼 아이 아침밥 준비하고, 나 씻고, 아이 씻기고, 빨래 돌리고, 피부약 바르고(그래도 아이의 아토피는 정말 많이 좋아졌다.), 옷 입히고 하여 가방 메고 함께 길을 나서다, 문득 궁금해서 물었다. 소은아, 오늘 아침에 왜 이렇게 일찍 일어났대, 너 할부지랑 뭔 야그 했냐? 아이의 설명이 걸작이었다.



으응, 아빠, 내가 아주 희한한 꿈을 꾸었거드은. 무슨 꿈이길래 그려? 들어봐아, 내가 꿈을 꿨는데! 할아버지가 글쎄! 엄청 화려한 뱀파이어 옷을 입고 있는거야! 그래서 내가 깜짝 놀라서 막 할아버지를 만져보려고 했는데, 할아버지가 막 웃으면서 날아가는거야, 오오오오, 그래서 막 뛰어갔다 내가 깼지 뭐야, 근데 있잖아, 할아버지가 있는데, 그게 진짜 할아버지더라구, 그래서 뱀파이어 할아버지가 가짜구나~ 지금 옆에 할아버지가 진짜 현실이구나~ 하고 안 거였어. 이야, 기승전결 서사가 제법 그럴듯한 것이 그야말로 어린이계의 서포 선생 났네, 싶어 웃음이 절로 났다. 그런데 이 녀석, 진짜, 가짜, 꿈, 현실 하는데 단어 뜻이나 알고 말하는가 싶어 슬쩍 물어보았다. 근디 소은아, 뭣이 꿈이고, 뭣이 현실이여, 너 말 뜻이나 아냐? (요즘 유독 자주 쓰는 말투와 억양으로) 당연히 알쥐이~ 꿈은 가짜고! 현실은 진짜야! 오, 그려, 그럼 가짜는 멋이고, 진짜는 머여? 소크라테스 시장 청년 붙잡고 산파술 하듯이 말꼬리를 붙잡자 아이는 잠시 으으으음 생각하는 눈치더니, 아! 아빠! 가짜는 만질 수 없고, 진짜는 만질 수 있어! 오호, 이 녀석, 그러니까 제가 만지고 겪을 수 있는 것만을 현실의 범주로 넣겠다는 거로구나. 지각과 인지를 중심으로 지극히 실존주의적이고, 현상주의적이면서, 오로지 실재만을 긍정하는 현실적인 입장이구나. 어찌 보면 장자의 나비꿈 같기도 하고, 영화 인셉션 같기도 하며, 이래저래 철학적이던 아이와의 이야기는 결국 아비의 심술궂은 질문으로 막을 내렸다. 근디 소은아, 만질수만 있는게 현실이여? 소은이, 공기, 바람, 이런거 못 만지잖애, 글믄 공기, 바람도 가짜인게비? (한참 더 생각중) 아, 아빠! 그건 나도 몰라! 하나님한테 물어봐! ...어..의외로 부정할 수 없는 말을 해버리네;;;



그러므로 왜 무공을 훈련하는가? 앞서 말했듯이, 더이상 누군가를 쓰러뜨려 나를 내세우고자 하는 고집에서는 벗어났다 말했다. 사실 나는, 내 스스로의 비겁함과 어설픔을 알고 있어서, 막다른 길에 몰리면 아무 뜻 없는 현란한 말놀림 속으로 도망가버리는 나쁜 습관을 알고 있었다. 나는 허세와 요설이 지겨웠고, 더는 그에 속지도, 속이지도 않기도 다짐했다. 그러므로 오로지 손발로 겨루어 승패가 갈리는 무공의 영역은, 이해하기 쉬운 담백한 세계였다. 반칙을 하지 않는 이상, 강한 자가 이긴다. 둘 다 강하다면 더 열심히 노력한 사람이 이긴다. 둘 다 열심히 노력했다면, 좀 더 규칙에 적응한 사람이 이긴다. 둘 다 최선을 다해 노력한 강자라면, 자신의 패배가 분할지언정, 상대의 승리를 깎아내릴 수 없다. 그러므로 나는, 헛말 집어치우고, 한판 붙어 명확히 판가름나는 무공이 좋았다. 아이의 표현처럼 손에 닿아 붙잡을 수 있는 내용들이 좋았다. 그래서 지금까지도 연습하고 있다.



오늘 우백호와 김 선생님은 각자의 발차기를 열심히 연습하셨다. 나는 밀렸던 내 틀을 주의깊게 연습하고, 체력단련을 반복했는데, 한두번만 해도 바깥의 추위가 달아나고 금세 땀이 솟았다. 이러한 상쾌함이 늘 흠뻑 빠지게 좋다. 밤늦게 책에 잠겨 있는 즐거움도 있지만, 몸의 즐거움은 몸을 써야만 한다. 그래서 이 연습을 아직 끊지 못한다.



ㅡ 오늘의 훈련

유연성

유급자 세번째 도산부터 유급자 마지막 충무까지

체력단련 6종 모음 반복

도장 공식 체력단련

유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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