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F 1503일차 ㅡ 할수 있는만큼의 집중과 집약
이러구러 병원을 다닌지 2주쯤 되었다. 마지막 주사를 맞은 뒤로 나는 아직 병원을 가지 못했다. 오늘 날이 하루 종일 흐렸지만, 아이가 그토록 바라던 눈 대신 잔우박이 날리다 비가 왔는데, 이 와중에 눈을 치우지 않아도 되어 안도하는 내가 역시 아비보다는 아재에 더 가까웠다. 아이는 눈을 무척 바랐기에, 아직 흐린 채로 마른 하늘을 바라보며, 피, 하나님, 눈 온다는데 안 오네요? 하며 입을 삐죽거렸다. 그러나 뭐가 오긴 오겠다고 나는 이미 알고 있었는데, 늘 습기가 차면 쑤시던 무릎과 발목뿐 아니라 손목과 팔꿈치가 왕왕 울리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발목과 무릎이 차가운 쇠꼬챙이로 관절부터 몸 안쪽까지 깊숙이 찔러들어와 시리도록 아프다면, 팔목과 팔꿈치는 뜨겁게 달군 쇠종을 몸 속에서 쳐대듯 왕왕 메아리처럼 울렸다. 손과 발이 호소하는 고통의 방향과 질감은 서로 달랐다. 그러나 어찌 되었건 내 손발이 함께 아프다는 사실은 변함없었다. 나는 요즘 처방받은 진통제와, 약국에서 따로 산 진통제로도 모자라서, 결국에는 타이레놀까지 먹고 있다. 처방받은 약이나, 약국 대장 선생님이 권해주신 약보다(선생님, 그 약 처방을 마지막으로 출산하러 가셨다. 부디 순산하시기를! 우리 동네의 염제 신농..ㅠㅠ) 아내가 정 힘들면 먹으라고 건네주었던 타이레놀이 차라리 몸이 전체적으로 뜨끈뜨끈하고 멍할지언정 더 고통을 덜어주긴 했다. 그러나 아직 고통의 근원을 끊어내진 못하였다.
저번 사범님 아들 돌잔치 떄에도 그랬듯이, 내 전임 부사범이자 산본으로 독립한 산본 사범님이 내 일기를 가끔씩 보고 있다는 사실을, 나는 알고 있었는데(그래서 산본 사범님 흉을 못 보겠네?ㅋㅋㅋ 게다가 우리 도장 몇몇도 내 일기 보고 있지? ㅋㅋㅋ) 아니나 다를까, 산본 사범님이 픽 웃으며 말하기를, 아니, 누가 보면 뭐 진짜 엄청 훈련이라도 한 줄 알겠어요, 그렇게 하라고 가르치지도 않았지만, 뭐 그렇게 엄청 대단하게 연습하신 것도 아니잖아요? 사실 그 말이 맞다. 남들 하는 팔굽혀펴기, 남들 하는 턱걸이, 남들 하는 틀 연습, 남들하는 발차기 연습, 남들 하는 유연성 다 똑같이 했는데도, 처음 하면 늘 서투르고, 많이 해도 쉽게 숙달되지 못한다. 자꾸 서둘러서 무게와 횟수를 섣불리 늘리다 다치는 일도 허다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이토록 나약한 나도 평균에 못 미치는 훈련을 하다 닳도록 아픈데, 하물며 전 세계를 돌며 고수들과 겨루고, 맨손으로 소뿔과 차돌을 박살냈다는 대산배달 최영의 총재는 어떠하신가. 말년에 그 분께서는, 관절마다 바람구멍이 나고 암세포가 퍼져 결국 제자가 밥을 떠먹여드리기까지 했다는 일화도 전해들었지만, 유튜브에 남아 있는 영상을 보면, 그토록 온 몸을 갉아먹는 고통 속에서도 눈빛은 형형하고, 제자들 앞에서 기초 연습을 몸소 보이시는데 주저하지 않으며, 집에서는 손수 설거지까지 하시는, 마땅히 자상한 아버지이자 남편이셨다고도 들었다. 하물며 무공과 유파는 달라도, 나처럼 작은 사내가 달리 행동할수가 없다.
도장에 도착하니 약 1시간 30분쯤의 연습 시간이 남았는데, 여전히 손발이 울려서, 무엇을 어떻게 훈련할지 고민을 많이 했다. 헤비백을 서너 번 쳐보니 역시 손발이 울려서 뭘 할수가 없다. 일단 유연 체조를 하고, 몸과 도장 바닥이 아직 덜 데워졌어도, 구태여 헤비백을 치며 땀을 내지 않고 일단 틀 연무부터 시작했다. 어려운 발차기가 나오기 직전인 도산 틀에서 턱걸이 앞뒤로 반복했고, 퇴계 틀 즈음에 일반적인 팔굽혀펴기를 했고, 나머지 틀 연습을 하면서 사이사이 몸을 달래가며 턱걸이와 팔굽혀펴기, 나중에는 정권단련 팔굽혀펴기도 추가했다. 도저히 지금까지 쌓아놓은 연습들이 아까워서 그냥 방치하기가 힘들었다. 물론 턱걸이, 팔굽혀펴기 등을 할때마다 양 손목과 팔꿈치가 징징 울렸지만, 그뿐만 아니라 허공에서 팔을 돌릴때마다 마찬가지로 아팠지만 그때 양 팔목을 비틀고, 철봉에 손가락을 대고 밀어가면서 최대한 근육을 늘려주면서 어떻게든 덜 아프게 하려고 애썼다. 다행히도 팔 쪽에 새로운 고통이 돋아나자 다리 쪽 고통은 견딜만하여서, 나는 가능한 틀의 중심을 낮추어 잡았고, 발차기에 신경을 많이 썼다. 지금은 아직 낯설지만, 팔의 고통도 익숙해진다면, 다리의 고통처럼 내가 예측하고 가늠할만한 범주로 낮추어질지도 모른다. 그떄까지는 더 무리해서는 안되겠다는 생각뿐이었다.
도장 밖을 나서니 잔우박이 날려 안경알에 금새 젖은 흔적을 만들었다. 골목마다 온통 회색 물기로 젖어 있었다. 저녁 즈음에는 우박이 비로 바뀌어 제법 세찼다. 그 떄쯤 내 손발의 아픔도 절정으로 치달아 나는 몹시 지쳐 있었다. 나는 또 약을 먹었고 정신없이 일했다. 오로지 조금이라도 몸이 낫기를 바라며 잠을 많이 자려고 노력한다. 영어 공부는 일단 유튜브 듣기로 대신하고 있다. 차라리 몸 속에 쟁여진 몇 마디 문장을 밖으로 꺼내긴 하겠는데, 요즘 업무가 끝나고 나면 뇌가 녹는듯해서 이해가 필요한 문장들을 좀처럼 쉽게 읽지 못한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요즘 내 주변에는 손쉽게 읽을만한 책들이 없다. 무엇이든 훈련하듯 기력을 써서 읽어야 하는 책들뿐이다. 이 또한 반성하는 밤이다.
ㅡ 오늘의 훈련
유연성
사주찌르기, 막기부터 2단 첫 틀 의암까지. 틀 집중!
사이사이 턱걸이 앞뒤반복
그냥 팔굽혀펴기, 정권단련 팔굽혀펴기 반복
유연성 정리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