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의 쌍둥이 여고 동창은 카레도 만들어지는 시간, 약 3분 남짓의 터울을 두고 태어나셨다는데 그래서 그런지 언뜻 보면 과연 쌍둥이구먼 하다가도 뜯어보면 그래도 다르구먼 싶기도 하였다. 동생 쪽은 수원에 오래 머물며 안양으로 시집오게 된 아내의 좋은 벗이 되어주었고, 언니 쪽은 프랑스에서 건축을 공부한지 오래 되었다는데 확실히 아내처럼 순하고 동글동글한 동생 수원댁에 비해 언니 빠리댁은 좀 더 활달하고 강단이 있다. 빠리댁이 잠시 한국에 머물게 되었다 하여 아내는 손수 차를 몰고 자가격리에 필요한 살림살이도 챙겨줄 겸 하여 모처럼 만리타국에서 건너온 벗을 보러 가게 되었다. 너와 나도 십년지기인지라 서울만 질러와도 반가운데 이 역질을 뚫고 하늘을 건너오는 사이가 오죽할까 싶어 아내가 내 그 날 쪼매 늦지 싶은데...하며 내심 눈치를 보기에 놀다오라 했다. 아내에게도 마땅히 아내의 생활이 있는데 하물며 아직 어리고 활달한 아가씨 동창들을 만나 얼마나 즐거울꼬 싶었다. 그리고 사실 나 역시 두주불사 하는 성미라 저는 날 잡아 양껏 놀면서 뉘더러는 놀지 마라 타박주는 이도 아니다. 다만 짐을 옮겨주어야 했기 때문에 아내는 낮에 나가 밤늦게 돌아오는 덕에 어머니가 잠시 오시어 딸을 봐주기로 했다.
바다 건너 Ms.CJ와 화상영어를 하는 첫 날, 제 어미 없는 싸늘한 침대를 아는지 아이가 밤 아홉시 무렵에 자지러지게 울었다. 세상이 얼마나 좋아졌는지 내 딸의 울음은 전파를 타고 건너가 이국의 섬을 울렸다. 아직 젊은 아가씨로 보이는 CJ는 No problem 하면서 웃었다. 화상 영어를 마치고 밀린 책들을 읽는 동안 어머니는 사내 자식은 얼씬도 말라면서 아랫층에서 혼자 손녀를 먹이고 재우고 돌보고 안아재우시었다. 아내가 돌아와 어머니 태워다드린다 했으나 어머니는 도리어 아이와 자고 갈테니 부부끼리 모처럼 편히 자라며 아내를 올려보내시었다. 손녀 오래 보고픈 그 마음이 눈에 선하여 웃고 말았다. 아이는 새벽부터 깨어 고기 잔뜩 넣은 이유식을 한 그릇 뚝딱 하고 할미를 퍽퍽 때리며 놀다가 또 조손 간에 녹듯이 꼬로록 잠들었다. 참말이지, 아들딸은 뺨을 맞으며 커도 손자손녀는 뺨을 치며 큰다더니 그 말이 딱 맞을세...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