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베스타 스탤론은 불굴의 스타로 성공하기 전까지 계약직 체육교사며 포르노 영화에까지 출연하면서 끝내 두 주먹만으로 승리를 거머쥐고 마는 록키의 일생을 조망했지만, 근면하게 훈련했음에도 누군가는 지고 마는 권투의 씁쓸함 또한 삶과 닮았다. 여러가지 화려한 기술이 많은 여타 격투기와 달리 권투는 비교적 담백하며 진솔하다. 그래서 유독 더욱 패배자의 뒷모습이 무겁게 느껴지는지도 모른다.
그런 의미에서 싱어게인은 정말이지 노장들만 모아놓은 권투 경기 같은 인상을 준다. 스타가 되고 싶어서 꿈을 가지고 찾아온 젊은이들만의 경연도 아니고, 이미 스타가 된 이들의 솜씨 겨룸만을 하는 취지도 아니다. 그들은 이미 오랜 세월 음악의 세계에 살아왔으나 끝내 빛을 보지 못하거나 잊혀진 이들이다. 그러므로 비장미와 무게감이 다를 수밖에 없다. 온몸이 부서지도록 춤을 추고 결절이 커지도록 성대를 쥐어짜 노래를 불러도 누군가는 더이상 기회를 얻지 못하고 무대를 내려가야한다. 단순히 주먹이나 발로 겨루는 경기가 아니므로 심사위원도 당사자만큼이나 안타까울지 모른다. 나는 그 모습을 볼때마다 취준생들이나 장수고시생들을 보는듯하여 마음이 저미었다.
코로나로 여행을 갈수없게 된 시청자들에게 전 세계의 요리를 선보여준다는 연예 프로그램이 나왔다. 심사위원들이 요리를 하나의 이야기를 전달하는 수단으로 생각하고 심사에 임했으므로 요리는 문학의 맥락으로 이해되었고 그래서 더 보는 맛이 있었다. 오래 전 밥 잘 하는 유진이와 일하던 인사동 시절에, 이른바 코스 요리 또한 기승전결이 분명한 서사 구조를 지닌다는 사실을 알고 깜짝 놀랐던 때가 떠오르기도 했다. 한 독일인 요리사는 기가 막힌 맛의 슈바인학세와 자우어크라프트를 들고 찾아왔는데, 그 맛에 찬탄하는 심사위원들 앞에서 투박한 영어로, 자신은 독일에도 이렇게 맛있는 요리가 있음을 알려주면 그만이라고, 애초에 경쟁이 싫어 호텔 요리사조차 사임하고 한국인 아내를 따라 소도시에서 작은 식당을 꾸리고 있다며 자리를 뜨려 했다. 한국인 아내까지 동원하여 끝내 그를 설득해 다음 본선에 진출케 하는 촌극이 각본인지는 알 수 없으나 나는 그 노고수가 좋았다. 모든 음식에 각자의 맛이 있듯이 저 출중한 음악인들도 이 넓은 세상 어덴가에서 각자의 밥을 먹고 살 수는 없는 것일까. 승패는 오로지 도장이나 링에서만 있기를 늘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