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땅히 적을 곳이 없어서(짧은 끄적임)

모두들 즐거운 성탄 되셔요!

by Aner병문

예수님께서는 내가 세상에 화평을 주러 온 줄 알지 말라, 나는 너희들에게 검을 주러 왔노라 단언하셨다. 세리와 성 노동 여성들보다도 하나님과 교회의 이름으로, 헌금을 빼돌려 쌓아두고, 성도를 희롱하며, 제단에 먼저 오를 봉헌물 중 가장 좋은 것들부터 독차지하는 율법학자들과 고관대작들이 더 악인이라는 사실을 아셨기에, 예수님은 마굿간 말구유에서 나시고, 예루살렘 장터에서 채찍을 드셨으며, 나사렛 고향과 십자가 앞에서 모욕당하시면서도 끝내 우리 죄를 사하여 주셨다.




일찍이 서양의 루크레티우스와 동양의 동중서는 비록 시대는 다르지만, 우연과 마주침에 대해 설파했다. 루크레티우스는 세계에는 원자들이 비처럼 곧게 수직으로 떨어져내리는데 이 중 저항과 자유의 의지를 지닌 원자들이 비껴 떨어져 저들끼리 서로 마주치는 우연적 충돌ㅡ 클리나멘Clinamen 이 삼라만상을 만든다 보았다. 동중서는 부모가 자식을 만드는데는 후손을 잇고자 하는 열망이나 생산의 본능 때문이 아니라 단지 음양이 서로를 끌어당기는 교합의 결과에 지나지 않으며 세상만사가 모두 이러한 우연의 교차에 지나지 않으니 왕도정치를 통해 질서를 세워야 한다고 보았다.



예수님은 우연이 아니라 필연으로 우리에게 오셨다. 제가 저지른 잘못도 아니신데 그저 우리를 위해 친히 인간의 몸을 빌어 오시고 우리 죄를 사하기 위해 대신 죽어주셨다. 이 것은 그 어떤 인문학, 과학으로도 설명할 수 없는 초월적 논리의 세계이다. 강신주 선생은 끝내 말년에 교회로 귀의한 이어령 선생을 비판하며 종교로 타협한 인문학자는 더이상 인문학자일 수 없다고 씁쓸해했지만, 어쩌겠나, 내가 보기엔 학문만으로 설명할 수 없는 세상사 맹점이 너무 많은 것을. 모두들 즐거운 성탄. 메리 크리스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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