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땅히 적을 곳이 없어서(짧은 끄적임)

새해 복들 많이 받으십쇼!

by Aner병문

야 이 새끼야 요리가 끝났으면 끝났다고 말을 해야... 하며 분노를 삼키거나 여러분들은 돈을 쓰레기통에 다 버리나? 이거 다 쓸 수 있는 것들이야! 하며 손질이 덜 된 채로 버려진 식자재들을 우걱우걱 먹으면서 요리사 지망생들에게도 전부 먹어치우라고 손수 권하던 욕쟁이 요리사의 원조(?) 에드워드 권ㅡ 속칭 영월의 부내 나는 아재 권영민 형이 유튜브에 떴다. 알고보니 뭐든 사먹거나 볶아먹으라 하는 볶진화ㅡ승우아빠 목진화 씨 역시 그의 제자였단다. 예전의 욱 셰프 틀은 많이 버렸는지 주방 하나 없는 맨바닥에서 도마와 가스불만 가지고 간단하지만 맛있는 요리를 해주는 자취요리를 알려주시는데 제법 볼만하다. 그 중 갈비 양념에 재워 졸이는 식의 등심 스테이크가 쉽고 긴편해보여 연말에 특별히 준비해보았다. 사실에 일 년에 한두 번씩은 털보 큰형님의 원테이블 식당에 가서 명주에 명요리, 명반까지 즐기며 기분 내다 오는데 천하제일의 명인도 코로나로 쉬는데야 별 수 없던 탓이기도 했다.



호주산 냉장육에 비해 한우가 세 배나 비쌌지만 아내에게 맛이나 보라 할 겸 썰어달라 했다. 칼로 어슷어슷 얕게 칼집을 내고, 기름을 살짝 둘러 데운 팬에 굽다가 기름이 흐르면 잘게 썬 양파와 마늘을 다져넣고, 색깔이 살짝 변하면 간장과 설탕, 물을 좀 붓고 졸아들 때까지 강불에 두면 끝이다. 설탕의 단맛을 밥에서까지 느끼기 싫어 꿀로 보통 조리하는 편인데, 약간 뒷맛이 텁텁한것 빼고는 아주 맛있었다. 가위로 성큼성큼 잘라다 참깨 살짝 뿌려 상추깻잎에 싸먹으니 밥 잘하는 유진이 말마따나 불고긴지 스테이크인지는 알 수 없어도 아내는 행복해했다. 나는 모처럼 술잔을 들지 않았고, 잠시 늘어져 있다가 새해 첫 날 첫 시간을 예배로 함께 했다. 그리고 지금은 출근 중이다ㅜㅜ



딸은 쥐띠며 나는 소띠이므로 올해가 나의 해다. 아내와 소박한 연말 만찬을 함께 하며 몇 가지 약속하였다. 책을 더 열심히 읽을 것, 3단 승단을 위해 보 맞서기 및 훈련을 조금 더 체계적으로 할 것, 무엇보다 가끔은 내 스스로를 내려놓아 덜 예민해질 것, 술을 열심히 마시.. 를 넣으려 할 때 아내가 아쵸! 하면서 손칼로 정수리를 때렸다. 11센티미터 위에서 떨어지는 호쾌한 일격이었다. 그러니까 나 몰래 태권도 교본 보는게 분명하다니까?? 우리 부부 올해도 이러고 살 예정입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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