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땅히 적을 곳이 없어서(짧은 끄적임)
ITF 번외편 ㅡ 새해 첫 훈련!
나는 아무리 바쁘고 힘들어도 그 동안 도장의 연말 수련을 걸러본 적이 없다. ITF 수련자들이 연말에 중앙 도장에 모여 한 해에 배운 것을 연마하고 돌이키는데 그 끝은 반드시 천번찌르기로 끝난다. 어떤 기술이든 천 번은 연습해야 비로소 쓸만해진다는 창시자님 말씀을 기리기 위해서이기도 한데 여하튼 각양각색의 수련자들도 이 시간만큼은 동일한 기합과 구령으로 한 마음이 되어 천 번을 찌르고 마친다. 시간이야 끽해야 이십여분 조금 넘지만 ITF 특유의 싸인 웨이브까지 곁들이다보니 한 번 하고나면 안그래도 장시간의 연말 수련으로 노곤해진 몸이 찢어질듯하고 며칠은 근육통으로 고생하는데, 신기한 점은 혼자서는 지루해서라도 못할 이 천번찌르기를 다들 탈락자없이 매해 해왔다는 사실이다. 칠순이 넘는 강 선생님조차도(인도에 계시는 그 분 말고..,) 천번찌르기는 끝내 해내시지만, 코로나에는 별 수 없어서 지난해 처음으로 거르었다. 신혼여행 다녀오고 바로 다음 날 승단심사보고 연말수련까지 했던 몸인지라 혼자서라도 하고 단톡방에 올릴까 생각은 안하지는 않았으나 막상 혼자 하려니 장 사범 말마따나 왜 이리 지루하고 심심하고 하기 싫던지. 옆에서 함께 소리 질러주고 발과 어깨에 힘 실어주는 사형제 사자매들이 있어 겨우 나도 이만큼이나마 온 것이구나, 나도 부족하나마 누군가에게는 이런 원동력이 되고 무게가 되었겠구나 싶었던 것이다.
새해 첫 날 새벽은 주님에게 바치는 예배를 보고, 쪽잠잔 후 출퇴근하여 이 날만 손꼽아 기다리신 아버지(나 술 좋아하는 것도 필시 유전이다..,)와 또 한 잔 나누고, 다음 날은 밀린 잠을 열네 시간이나 자서 아내에게 고맙고 미안했으며, 어제서야 겨우 새해의 첫 훈련과 첫 독서를 마쳤다. 일찍이 자로가 공부자께 여쭙기를, 세상 사람들이 스승님이 대체 누구시냐 묻는데 뭐라 답하리이까, 하였는데 이는 예수님의 제자들이 군중들의 입을 빌어 예수님의 정체성을 여쭙는 것과 상통하는 면이 있다. 이에 아홉 살 연상의 스승은 웃으며, 중유야, 아직도 그를 모르느냐, 네 스승은 그저 읽는 것을 즐기는 자라 하거라, 이르시었으므로, 나는 단지 도장에 다시 돌아갈 그 날을 꼽으며 가라테 흉내로 몸을 풀고, 부족한 태권도로 겨우 잊지나 않으려 할뿐이다. 공부도 사실 그와 같아 아직 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