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땅히 적을 곳이 없어서(짧은 끄적임)

아이의 밥을 만드는 일.

by Aner병문

중국영화 사대명포에서, 괴이한 사건을 해결하고 나면 신후부의 주인공 무리들은 항상 둘러앉아 훠궈를 끓여먹는다. 멘탈리스트의 CBI 팀이 사건 해결 때마다 피자를 시켜먹는 일과 비슷한가보다. 음식을 나눠먹는 습속에서부터 인간은 비로소 단순한 군집생활에서 사회적 개체로서 한 발짝 더 나아간다 했던가. 그러므로 소화 다 된 먹이를 도로 게워줄 수는 없어도 가능한 아이가 잘 먹을 수 있게 이유식을 갈아준다. 사실 이번 달 마지막 날이 첫 돌이므로 이제 슬슬 쌀밥을 무르게 눌러 묽은 된장물에 먹인다거나 할 때도 되었다. 그래도 아직은 제 품에 자식인지라 이유식을 만들 때마다 혹시나 목에 걸릴까 하여 손아귀가 아프도록 절구에 넣고 잘게 짓누른다. 봄동, 감자, 당근, 쇠고기, 닭고기, 팽이버섯, 새송이버섯을 쪄서 모두 절구에 넣고 손수 갈아낸 뒤에 물을 자작하게 붓고 한 시간 정도 계속 휘저으며 졸이면 끝이다. 까다롭지는 않으나 잔손질이 많이 가는데다 아이가 잠들지 않으면 부부가 번갈아 아이를 보며 씻고 썰고 찌고 갈고 젓고 를 반복해야하므로 고되다. 그래도 이번 주는 출근이 늦어 아내를 조금이라도 재우고 일을 도울 수 있어 다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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