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땅히 적을 곳이 없어서(짧은 끄적임)

다시 한 번, 아내에 대하여

by Aner병문

아내가 얼마 전부터 게임에 열중하기에 무엇이냐 묻자 동물의 숲이라며 배시시 웃기에 아따, 직업도 산 돌보는 양반이 뭔 게임꺼정 숲을 뽀시락대고 다니는가, 웃고 말았다. 산에 오르는건 힘들고 귀찮지만, 꽃과 나무 가꾸고 곤충과 동물 돌보며 살고 싶다는 아내는 늘 곱고 어여뻤다. 도장 동문들과 조촐히 마시고 돌아온 날, 아내는 아는지 모르는지 피자가 정말 당긴다며 함께 나눠먹느라 소주 열 병 남짓 마신 속이 뒤늦게 뒤집어지는 줄 알았지만, 그래도 처자식과 함께 공원 길을 걷다 듣는 아내의 틈새강의는 즐거웠다. 이기 버들나무(버드나무) 씨라예, 왜 이캉 보들보들 깃털 모양인지 압니까, 물에 떠내리가 퍼지기 쉬우라꼬 이 모양인기라. 비록 훗날 양명 왕수인이 보름간 대나무를 바라보았어도 격물도 치지의 이치도 찾을 수 없었다며 비웃긴 했으나 주자께서 말씀하시기를, 씨앗 하나에도 자연의 이치가 들어가 있으니 사물을 깊이 들여다보면 능히 도를 깨달으리라 하시었다. 그러므로 둔한 이도 무공을 할 수 있고, 버드나무조차 제 후손을 퍼뜨리고자 씨앗의 형태에 열중하니, 예수님께서는 참으로 올곧게 설파하셨다. 너희들 중 누가 염려함으로 그 키를 한 자나 더하거나 뺄 수 있으리요, 하늘의 새나 풀잎조차 주께서 거둬먹이고 입히시거늘 너희는 그보다 귀하지 않으냐. 아아, 내게 무슨 근심이 있을까, 다만 근심이 있다면 내 능력에 가당찮은 욕심이 불러일으키는 것일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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