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땅히 적을 곳이 없어서(짧은 끄적임)

어찌 내 가족과 벗을 사랑하지 않을 수 있으랴.

by Aner병문

장 사범이 도장을 떠나면서 나는 시간내어 매주 화요일이나 목요일 중 하루 저녁은 도장에 있어야 했다. 보통은 화요일에 가 있는데 아내가 그날은 비도 오고 냉장고 속 묵은 채소도 치워야하니 전을 부쳐주겠다며 도장은 목요일에 가라는 것이다. 게다가 은근히 애교쟁이 사매가 준 잣막걸리도 유통기한 지나기 전에 마시도록 해준다니 귀가 솔깃할 도리밖에. 하여 퇴근하고 서둘러 달려와보니 어린이날 전날이라고 커다란 인형 둘러메고 온 아이 고모ㅡ 그러니까 여동생이자 시누이까지 미리 불러다놓고 아내는 혼자 감자 갈고 부추 다듬고 전분 개고, 게다가 비지에 나물 무치고 무채김치 담가놓고 혼자 밑반찬까지 다해놓았다. 그래서 조촐한 술상을 마치고 한 시간 걸려 상을 치우면서, 야 이 사람아, 내가 언제 반찬 투정허든가, 그냥 있는거에 찬찬히 묵고 하나하나 항꾼에 (함께) 만들면 되제, 혼자 날잡아 다 맹그느라 얼마나 디었을꼬(힘들었을까), 하자 아내는 지친 몸을 뉘면서 내 없는 새에 냉장고 텅 빈 거 보이까네 맴이 안 좋았다 아입니까, 소은이 노는거 보면서 사이사이 했니더, 그래, 맛은 있었니껴? 하며 웃었다.





오늘도 아침에 찌푸린 비가 오는 새에 내가 언젠가 지나는 말로 고등어가 먹고 싶다 했더니 내 쉬는 날에 먹여주려고 어느 틈에 자반 절여다 구워놓았다. 두마리 한손에 만원인데 네마리에 만오천원이모 네 마리 사지 누가 두 마리 사겠노?하며 고등어 산을 쌓아놓고 빗소리 들어가며 소주 병을 따는데, 아내가 문 밖을 들여다보며 큰 키를 꼬았다. 여보야, 뭐 주문했니껴? 포천에서 뭐가 왔니더. 포천이라..임영웅이가 멋을 보냈을리도 없을꺼인디... 하면서 쓱 보니 웬 목장에서 우유와 요거트, 밀크 티까지 잔뜩 보내었다. 농사짓던 시절에도 포천 쪽 생산자하고는 안면 튼 일이 없어 뭐 받을 일이 없는데, 하다가 문득 생각나서 곽선생에게 전화했다. 너가 보냈냐? 오, 갔소? 아, 소은이가 우유 마신다고 한다고도 하고 형수는 워낙 그런거 좋아하시니까, 단거랑 좀 넣었지, 평소 술값이오, 김 주임님(너)한테도 보냈으니까 좋아하실 거요. 아내는 아, 외간 남자가 내한테 단 걸 주네에ㅡ이건 못 참지이~ 하며 망고 요거트 하나 뚝딱하고 소은이도 멀리 삼촌이 보낸 저온살균 우유를 맛있게 먹었다. 그리고 어느틈에 어머니께서 보내신 고사리가 또...아 이제 그만!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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