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땅히 적을 곳이 없어서(사는 이야기)

비가 오면

by Aner병문

몸은 흩어질 듯 아프지만, 마음은 좋다. 세상이 같은 울림으로 읽혀서, 내 마음도 덜 번잡스럽다. 젊었던 시절, 내게도 가끔은 그리움에 지끈대는 이마를 빗줄기 내리그어 차가워진 창문에 대고 식히며, 심장을 죄이는 시간이 지나가기만을 기다리던 시절이 있었다. 그럴때의 빗소리는, 나를 대신해서 온 세상이 울어주는 듯도 했고, 빗소리가 모든 그리운 이들을 부르는 소리처럼 들리기도 했었다. 이제 내게 비는 가끔 혼자 있어야할 나를 위한 속삭임이다. 아내와 함께 하는 시간, 빗소리를 듣노라면 술처럼 혼곤히 마음이 젖는다. 몸은 여전히 헐겁게 녹을듯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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