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진덕삼, 주연 왕학기 외, 8인-최후의 결사단, 중국, 2009.
아Q정전으로 유명한 노신 선생처럼 그 역시 의사였으나, 환자의 병을 고치기보다는 나라의 병을 고치는 사람이고 싶어 혁명가의 길을 선택했다는, 중국의 국부, 중산 손문 선생. 국공내전 이후 중국은 끝없는 내홍에 시달리게 되었으나 이념을 막론하고 대만-중국 어디서도 손문 선생을 존경치 않는 이는 지금도 드물다고 들었다. 그는 암살과 비방에 시달리면서도 중국 전역을 떠돌며 낡은 구체제와, 또한 외세의 압력으로부터 벗어난 자유근대중국을 건설하기 위해 애썼고, 그런 그를 지키기 위한 민중들의 열의 또한 뜨거웠다. 신해혁명을 일으키기 위한 중국동맹회의 각 간부들과 회의를 해야하는 1시간, 손문 선생이 자신의 노모를 뵙는 시간조차 포기하고 그 1시간을 위해 이미 영국의 식민지가 된 홍콩을 내방할때, 홍콩에서 은밀히 명맥을 잇는 혁명가들과 그들을 지지하는 민중들은, 기꺼이 목숨을 바치기로 한다.
유명한 사업가이면서 예일대에 합격한 아들만은 살리고 싶은 이옥당(왕학기 역 : 검우강호에서 악역으로 나온 바로 그 노배우다. 이렇게 엄격하면서 따뜻한 아버지 역할도 열연하실 줄 미처 몰랐다. 해양천국에서 아버지 역할에 혼신을 다한 이연걸을 보는듯한...), 자신의 처자식을 거두어준 이옥당을 위해 함께 싸우기로 결심한 노름꾼 출신의 말단경찰 심중양(견자단 역 : 의외로 엄청 줘터지시더라...), 서태후의 압력으로 청나라에서 쫓겨나 홍콩에서 복수의 칼날만을 갈던 방 장군(임달화 역 : 도둑들 에서 윙크는 진짜.. 형님..ㅋㅋ) 의 외동딸이자 경극 배우로 신분을 감춰온 방홍(이우춘 : 원래 모델 출신이라던데 연무선이 장난 아니다.), 소림사에서 쫓겨나 취두부를 팔며 세월을 녹이던 왕복명(파특이 : 몽고 출신의 배우로 장신과 위압적인 얼굴을 살려 악역으로 참 많이 나온다. 무협, 에서도 견자단과 합을 맞춰 열연했었다.), 영국의 앞잡이 노릇을 하는 부패 경찰 같지만, 그래도 민족과 나라를 위해 은근히 충성심을 보이던 경찰국장 사밀부(증지위 역 : 이 아저씨 사생활 추문이 정말 끝도 없...), 이옥당과 그 외아들 중광을 충심을 다해 보필하는 인력거꾼 아시(사정봉 역 : 늘 꽃미남 역할만 하는 줄 알았는데, 이렇게 연기력이 뛰어난 배우인 줄 처음 알았다. 근데 이름이 좀...후다닥), 아버지의 여인을 사랑하는 바람에 패가망신하여 아편쟁이 노숙자가 되지만 철부채 하나로 절정의 무공을 선보이는 류욱백 공자(여명 : 홍콩 4대천왕 제일의 신사도 나이 많이 잡쉈더라...), 그리고 손문 선생의 그 1시간을 위해 이 모든 일을 기획하며 온 몸을 바친 진소백 교수(양가휘 역 : 그 유명한 영화 연인, 에서부터 동사서독, 각종 상업영화에 이르기까지 양가휘처럼 연기 범위가 폭넓은 배우도 드물지 싶다.)까지, 계급(hieracky)와 계층을 가리지 않고 대륙 제일의 협객들이 단 한 명의, 한 시간을 지키기 위해, 목숨을 바친다. 개인적으로 이러한 무협을 좋아하여 재미있게 보았지만, 인물 설명을 하는데 1시간 30분, 나머지 액션 씬이 영화 말미 30분에 다 몰려 있는 건 서사 배분의 실패라고 밖에 볼 수 없다. 태권도 검은 띠, 주짓수 블랙벨트에 빛나는 견자단 형님의 액션조차 흐릿하게 하는, 여명의 철선공(鐵扇功)은, 근대 배경에서 전통무공의 우아함을 보여주는 듯하여 더할 나위 없이 좋았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한 영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