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땅히 적을 곳이 없어서(훈련일지)

ITF 874일차 - 늘 시간이 없으면 다른 것이 겹친다.

by Aner병문

아내가 잠시 처가에 가 있는 2주 동안, 이럴 때 도장에 좀 부지런히 다녀야지 싶다가도, 처가에서의 산해진미가 하도 속에 쌓여서, 잠시 소화나 할겸 처가 주변 걷고 뛰다, 하필 주짓수 하다 수술한 왼발목을 다시 접질리는 바람에 다리를 절게 되었다. 아내가 혀를 차면서, 부은 발목의 피를 빼주고, 차가운 얼음을 대주었는데도 굳고 부은 발목의 아픔은 쉽게 가시지 않았다. 2주 동안 부지런히 연습해서 아시아 온라인 틀 대회 영상 준비도 하고, 실력도 좀더 키우려 했는데, 안그래도 바쁜 회사는 다음주부터 야근이 걸린 것 같고, 이래저래 늘 태권도를 열심히 하려고 해도 언제나 핑계나 그럴듯한 명분이 앞서 있다. 늘 자주 가는 중래향 사장님은, 모처럼 영화 한 편 보고 밥 한 끼 먹으러 갔더니, 중국 여행에 입맛 찾기 쉽지 않은 한국인 관광객들의 영원한 구세주라는, 토마토달걀볶음 밑에 고슬고슬한 밥을 깔아주시고, 마라 양념에 닭모래집을 볶아주시면서, 마나님 안 기실때 한 잔 해야지~ 술 한잔 주까? 56도짜리 고량주에 절여 담근 오미자술을 곱게 내놓으시었다. 이러니 내가 아무리 훈련 해도 좀처럼 술배가 빠지지 않나보다. 그 스스로 식탐을 줄여보고자 검지손가락까지 잘랐다는, 구지신개 홍칠공마냥 손발은 튼튼해질지몰라도, 배는 여전히 볼록하다. 그래도 술은 딱 두잔만 마시고, 발목이 불편한대로 훈련하고 왔다. 흰 띠 사제사매들이 많이 늘었고, 색깔띠 사매들이 그래도 몇명 돌아와서, 중간 역할을 해주어 다행이었다. 발목을 가능한 움직이지 않고 제자리에서 주로 팔을 쓰는 연습을 했고, 사제사매들과 기본기 연습을 같이 하며 한 바퀴 쭉 도니 한 시간이 벌써 흘렀다. 늘 하는데까지 열심히 한다. 밥잘하는 유진이는 그래도 꾸준히 하더니 충장 틀이 많이 늘었다. 나는 오히려 유급자 틀만 겨우 해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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