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땅히 적을 곳이 없어서(독서감평)

한강, 작별하지 않는다, 문학동네, 2021.

by Aner병문

한강을 읽는다는건 상처와 결핍을 읽는 것이다. 한강을 기억한다는 건, 읽는 이의 삶 어딘가에도 감추어질 수 없는 굴곡과 피로가 있다는 것이다. 한강은 한때 내 젊음의 갈망이었고, 그리움이었고, 남겨졌으나 감히 처분할 수 없는 무엇이었다. 한강의 서사는 서울을 양분하는 커다란 강처럼 결을 가지고 있어서, 문장을 따라 차분히 읽다보면 어느틈에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감정의 소용돌이로 들어가게 된다. 마치 내가 처음부터 가지고 있었던 무엇인가처럼. 오랜만에 읽는 한강은, 결혼으로 행복해진 내 삶 이전 어딘가에 묻어두었던 옛 기억들을 들추고 헤집었다. 분명히 나를 만들었던 무엇이지만, 그렇다고 다시 돌아갈수도 없는, 그렇다고 버릴수는 더더욱 없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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