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땅히 적을 곳이 없어서(훈련일지)

ITF 번외편 - 춘래.. 아니 동래불사동(冬來不似冬)

by Aner병문

중국의 5대 요리가 때때로 바뀌지만, 몇몇 지역의 음식은 반드시 들어가듯이, 4대 미녀 또한 조금씩 바뀌긴 하지만, 꼭 들어가는 인물들이 있다. 물고기가 헤엄치는 것조차 잊고 넋을 보고 보았다는 침어(沈魚) 서시(서시의 경우에는 늘 속병 때문에 얼굴을 살짝 찡그리고 다녔다는데, 그조차도 몹시 아름다웠다는 서시빈효西施效嚬의 고사도 있다.), 달조차도 그 아름다움에 한 수 접고 부끄러워 구름 뒤에 숨는다는 폐월(閉月) 초선(동탁과 여포가 서로 너 죽고 나 살자 했던 그 초선 맞다.), 그리고 기러기 또한 날갯짓을 하다 아름다움에 숨이 막혀 떨궈진다는 낙안(落雁) 왕소군이 있다. 이 이외로는, 꽃조차 수그러든다 했던 수화羞花 양귀비, 얼마나 작고 가냘펐는지 황제의 손바닥에서 하늘하늘 춤을 추었으며, 바람에 날려 연못에 빠질 뻔할 때 황제가 황급히 그 발목을 잡자, 발목에 손자국이 오랫토록 남았다는 비연(飛燕) 조의주, 중국 최초의 미인계 첩자였던 경국지색(傾國之色)의 달기, 역발산 기개세의 용장 항우조차 눈물을 뿌리게 했다는 우희 정도가 돌아가며 한 자리씩 차지하는 듯하다. 어느 책에서는 화끈하게 5대 미녀, 6대 미녀, 7대 미녀 해서 이 사람들을 다 집어넣는 경우도 있다. 좌우지간 이 왕소군은, 본인의 미모를 지나치게 믿은 나머지, 황제의 후궁 서류 심사로 올라갈 그림을 그리는 화가에게 뇌물 한 푼 주지 않았다고 않았는데, 이에 앙심을 품은 화가는 왕소군을 추녀 중의 추녀로 그려 황제에게 바쳤으며, 당연히 왕소군은 천하절색의 미모를 가지고도 독수공방 황제의 부름만을 기다리고 있던 차였다. 당시는 끊임없이 국경을 침범하는 흉노(로마 제국 또한 피해갈 수 없었던 훈 족이 바로 이 흉노다. 동서 제국의 천적...) 한나라 원제 시절, 원제는 흉노의 선우 호한야에게 '넘겨줘도 아깝지 않을' 한족 여자 한 명을 초상화로 골랐다고 하는데, 아뿔싸, 그림과는 달리 천하절색이던 왕소군을 보고 뒤늦게 황제는 후회하여, 몰래 첫날밤을 치렀다는 야사도 있으나, 명색이 천하의 주인인 황제가 말을 번복할 수는 없는 법, 중국 최초로 포토샵 사기를 치던 화가 모용수는 목이 잘리고, 곱게 자란 귀족 아가씨 왕소군은 삭풍이 부는 초원지대로 쓸쓸히 떠나게 된다.



자의건 타의건 말조차 통하지 않는 만리타국으로 홀로 시집을 왔음에도, 거친 남자들에게는 글을 가르치고, 유목의 여인들에게는 길쌈하는 법과 수놓는 법을 가르쳐 중국 문화를 전했다는 설이 전해지고 있긴 하지만, 실제로는 알 수 없다. 다만 미모 때문인지 혹은 정말로 성정이 인자했는지, 하여간 당대 흉노와 한나라는 관계가 원만하여 원제의 시름이 덜어졌음은 사실이다. 중국 최초의 여성 민간 외교관...(...) 왕소군은 겨울을 넘겼어도 봄 같지 않은 메마른 초원을 보며,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이라는 싯구를 남겼다고도 하는데, 한편으론느 후대 시인의 싯구라고도 하고, 하여간 알 수 없는 구석이 많은 알쏭달쏭한 이야기이다.



그래도 이런 낭만이 있어 태권도를 하면서도, 한두 줄씩 괜히 말을 더하게 된다. 벌써 11월 말이 가까우니 시기로는 겨울이어도 초겨울일텐데, 작년만 해도 남쪽 바닷가에서 시집온 아내는 서울의 겨울을 늘 힘들어하다가, 올해는 정말 가을 같다며 걱정 반, 기쁨 반이었다. 여름처럼 반팔에 도복 바지만 입을 수는 없어도, 위아래 도복을 입고, 띠만 졸라매어도 한낮에는 늦여름-초가을 같아서 조금만 움직여도 땀이 제법 난다. 틀 연습을 하고, 버티기 위주로 발차기 연습을 많이 했다. 이제 날이 더 추워지면 좁은 집 안에서 틀 연습을 하기 어려우니, 일주일에 이틀, 도장 갈때 틀 연습을 주로 하고, 집 안에서는 주먹과 발쓰는 연습을 해서 힘을 길러야 한다. 오늘도 밖이 따뜻할때 틀 연습을 쭉 하고, 집에서 근력 훈련 및 발 버티는 연습을 많이 했다. 일 안하고 살고 싶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마땅히 적을 곳이 없어서(짧은 끄적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