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잠을 잔 김에 어느 교파의 동영상을 다 보았다.
야심차게 운영했던 가게가 망하고, 학비를 댈 수 없어 공부도 다 하지 못했으며, 생각도 못했던 사회 생활을 뒤늦게 시작하면서 나는 그 흔한 운전면허 하나 없이 오로지 철학 전공 학력과 몇몇 격투훈련의 증명만을 가지고 온갖 일을 다했다. 물론 온갖 일이래봐야 전문기술이 없으니, 결국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오랫동안 인간에 대한 공부를 하고, 또 세상의 그늘을 겪으면서 겸손해진 마음으로 대하는 서비스 직종이 주였다. 나는 NGO일을 하다가 곧 '현장' 으로 자리를 옮기게 되었고, 농사도 짓고, 생산물을 판매도 하면서 여러 현장을 겪게 되었다. 그러다 월급쟁이 유기농 까페 사장일도 하게 되었는데, 그 때 몇몇 대학생 '딸내미' 들을 아르바이트생으로 알게 되었다. 30대 초반의 젊은 나이였으나 20대 초반의 어린 아가씨들이 보기엔 얼마나 아저씨 같았을까, 게다가 머리도 빠지고 본디도 나이 들어보이는 얼굴이라, 그냥 아빠, 딸 이러면서 놀았는데, 주변 손님들이 '아이고, 아이를 일찍 보셨구나~' 진짜로 믿으셨을 때에는 조금 서글프기도 했다.
여튼 그 떄의 딸내미들은 주중, 주말을 제외하고 다들 성실하고 예쁜 친구들이었다. 그 중 눈에 띄게 열심히 일하고, 동그란 얼굴에 눈이 큰 딸이 하나 있었는데, 나와 성경 이야기도 많이 하고, 인문학이나 종교에 늘 관심이 많았던 기억이 난다. 내가 놀이공원 안의 지점으로 다시 발령나면서 우리는 인연이 끊겼는데, 놀랍게도 몇 달 전에 연락을 해와서 반갑고 고마웠다.
문제는 이 친구가 말하기 난감한 교파에 있었다는 사실이다. 나도 결혼하고 했으니 별 생각없이 연애 이야기 등을 물어보았는데, 자신의 종교 때문에 헤어진거 같다며 서운함을 표했다. 나도 사실 뉴스에서나 들었을 뿐이지, 애초에 그런 교파의 이론에 별로 관심이 없어서 그냥 그렇구나 했는데, 안식구와 교회 목사님은, 절대 접해서도 대해서도 안된다고 엄금하시었다. 사실 직장 다니고 도장 다니고 아내와 함께 애 키우기도 바쁜 요즘, 굳이 시간내어 이 친구를 만날 필요는 없었으나, 이 친구도 보통 적당히 거리를 두면 알아서 연락이 안 되고 그럴텐데, 자꾸만 연락해서 시간 낼 수 없느냐, 그렇게 많이 바쁘냐는 식으로 정기적으로 연락이 오니, 솔직히 음, 역시 그 교파의 사람이긴 한가보군, 생각을 안할 수가 없었다.
미리 말해두지만, 나는 평화로운 가정이 좋고, 우리 집 내무부 장관의 말씀을 잘 듣는 남편이라고 자부한다. '그 교파의 사람들은 둘이 보자고 하고서도 여러 사람들을 주변에 두어 결국 집까지 알아낸다더라' 하면서 아내가 두려워하고 있는데, 내가 굳이 이 외간 아가씨를 만날 이유도 없었고, 아내에게 걱정을 더할 이유도 없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대체 이 교파에 어떤 이론이 있기에 이토록 많은 이들이 몰려들고, 연초에는 방역 문제까지 겪었으며, 또 심지어 내 주변까지 '물들게' 되었는가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래서 아내의 허락을 받아서, 그 교파의 이론 등을 알 수 있는 몇 가지 동영상을 달라고 했다. 때마침 우리 직장 주변에서도 전통 민간신앙을 표방하는 종교와, 또 그 교파가 서로 앞다투어 신문을 나눠주고 있기에, 그 신문도 받아서 집에서 꼼꼼하게 다 읽었다. 참, 돈 안 되는 짓은 잘 하는 편이다.
결론만 말하자면, 당혹스러울 정도로 현실감이 없고 합리적이지 않아서 놀랐다.
이렇게 말하면, 다른 사람들 또한 '형님도(오빠도) 공부 많이 한 사람인데, 종교 믿고 있으니 우리가 보기엔 똑같소.' 하지 않으려나. ㅎㅎㅎ...
연말을 맞아 그들이 발간한 신문은, 그들이 주로 삼는 요한계시록의 강해였으며(이 교파뿐 아니라 많은 다른 교파들이 이른바 '구원' 을 말하며 한번씩은 손을 대는 부분이 바로 이 성경의 요한계시록이다. 근데 요한계시록 자체가 진짜 만만한 내용이 아니다. 솔직히 나 같은 평신도는 이거 몰라도 무관하다고 생각한다.) 나는 그들이 내세우는 열두지파의 담당자들이 나누어 실은 기사들을 모두 읽었다. 여기에 내용을 솔직하게 말하면, 싸움밖에 되지 않을 것 같으므로 다 적지는 아니하겠다. 다만, 영성과 깨달음을 앞세워 선택받은 사람임을 주장하는 첫머리부터 시작해서(38선 이북의 지도자들만 봐도 알듯이, 자격 없는 지도자가 스스로의 자격을 증명코자 하면, 늘 출생의 비범함부터 말하지 않던가?) 요한계시록의 곳곳을 해석하며, 결국 자신의 교파로 와야만 구원받고 복받는다는 결론까지는, 실로 우격다짐이라 실소를 금할 수 없었던 것도 사실이다.
오랜만에 연락이 닿은 딸내미가 보내준, 정기적인 성경 공부도 마찬가지였다. 리처드 도킨스의 '만들어진 신' 이 그렇고, 또 그에 반박하는 교회의 '스스로 존재하는 신' 이 자신의 주장을 근거하기 위해 오로지 자신들의 진영에서 발간된 책에서만 근거를 찾듯이, 이 성경 공부 또한, 여러 속세의 지식들을 먼저 소개하고, 그를 뒷받침하는 성경 구절을 설명하는 듯 하지만, 그것은 방대한 성경 구절중 일부를 자기 입맛에 맞게 인용한 것에 불과하다고 생각한다. 마치 어느 식당에서나 '네 처음은 미약하나 그 나중은 심히 창대하리라', 요즘은 TV 연예 프로그램에서까지 종종 나와 모를 수가 없는 욥기 8장 7절을 걸어두는 것과 마찬가지다. 욥기 는 세상에 떨어진 우리가 하나님을 믿는 태도에 대한 깊은 고찰의 기록이며, 따라서 저 구절은 어느 업장의 장구한 복을 빌어주는 구절이 아니다. 구약의 하나님이 아브라함에게 이삭을 번제로 바치라 하고, 요셉에게 불륜의 누명을 씌우고 감옥에 넣으셨다고 해서, '아, 하나님은 잔인하고 가혹한 신이시구나' 라고 오해하는 것과 비슷하다.
무엇보다 성경 어디에도, 우리가 하나님을 믿어서 복만 받고, 만사가 형통해지기만 하고, 속세에서 잘 된다는 내용은 없다. 나는 요즘 들어 성경 앱을 다운로드 받아놓고, 알림을 받을때마다 기도하는데, 얼마 전까지만 해도 항상 회사 일이 힘들어서 '늘 나를 구해달라고, 회사 일을 없애달라고' 발 동동 구르며 떼만 썼다. 그러다 성경을 다시 읽으면서, 하나님 입장에서 보시면 나는 어떨까 문득 생각하게 되었다. 그 입장에서 보시면, 나는 맨날 술 마시고 책 읽고 태권도 하고 아내하고 놀다가, 저가 힘들면 쪼르르 달려와서 '힘들어요, 이거 해주세요, 저것좀 주세요' 말만 하고 해결이 되는듯하면, 와 역시 하나님이 최고예요! 하고 다시 휘리릭 돌아가버리는 못된 자식일텐데, 하나님은 본인 모습을 따서 우리를 만드셨으므로 결국 하나님도 사람의 생각으로 하자면, 아니 이 자식은 지 필요할때만 나 찾아! 하면서 당연히 내가 곱지 않으실 터이다. 늘 술 마시기 전에도 기도하고, 성경을 읽는다는 것을 자랑삼았던 나는, 하나님을 알려고 했었던가? 하나님이 누구신지 알고는 있나? 나는 왜 하나님께 감사하다면서 하나님이 좋아하시는 일을 하려고 하지 않았을까? (이거 어째 점점 간증 같구먼 ㅋㅋ)
그러므로 하나님을 믿는다는 것은, 내 알기로 관계를 만드는 것이고, 우리는 구약에 이르기를 하나님의 말씀을 듣지 않이 이 속세에 떨어져 나온 것이므로, 하나님의 말씀을 잘 듣는다고 해서 고난이 없어지거나, 영영 평탄한 길만 걷거나 하지는 않는다. 찬송에도 나오는 것처럼, 단지 고난과 역경이 있을때, 우리는 하나님과 함께 헤쳐나갈 힘을 얻고, 그에 따라 인생을 마칠 시험에 들지 않는 것뿐이다. 그런데 온갖 속세의 지식을 끌어다붙이고, 거기에 성경적 해석을 다는 듯이 보이며 결국 자신의 교파를 믿는 소수의 사람들만이 복받고 구원받고 영생을 얻는다 는 내용은 받아들이기 어렵다. (물론 신앙 자체가 없는 사람들에게는, '믿어야 구원받는다' 라는 논리나 그거나 뭔 차이가 있느냐.. 생각할 수 있다는 점도 이해한다.) 그러므로 나는 여전히, 이 교파의 이론에 왜 사람들이 혹하는지, 그 요소를 모를 것 같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마음이 끌리지는 않았다. 나는, 진심으로 이 교파를 믿는 이들이 안타깝고, 아쉬워, 그냥 기도하고 말았다. 이제 며칠을 들여 이 내용을 알았으니, 더는 접하지 않으려 한다. 나는 아직도 읽어야할 내용이 너무 많고, 알아야할 내용이 더욱 많다. 삶은 이미 너무 짧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