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땅히 적을 곳이 없어서(독서감평)

헨드릭 빌렘 반 룬, 명화로 보는 신약/구약 성경이이야기

by Aner병문

헨드릭 빌렘 반 룬, 원재훈 옮김, 명화로 보는 구약 성경 이야기, 그린월드, 2013

동 저 및 역, 명화로 보는 신약 성경 이야기, 그린월드, 2013



작년 연말 들어서, 무엇보다 올해부터 다시 성경을 읽어야겠다 라는 결심을 굳게 하게 되었다. 원치 않은 피곤한 나날들을 우리 부부가 함께 겪으면서, 결국 다시 갈고 닦아야 하는 것은 신앙밖에 없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신앙이구나, 다시 느낄 수밖에 없었던 터이다. 무엇보다 오랫동안 그 가정사가 나와 결이 다르지 않은 듯했던 희극인 조혜련 집사님이, 평온한 얼굴로 아드님과 어머님께 직접 성경을 강론하는 '오십쇼' 유튜브 채널을 보면서, 성경의 내용을 새삼 다시 짚어야겠다고 느끼기도 했고, 출퇴근 길에 영어, 중국어, 일본어 공부도 다 젖혀두고, 참으로 그녀가 들려주는 구약 이야기, 신약 이야기를 다시 들으면서 새삼 내가 성경을 많이 읽었어도, 여전히 그 고어체에 휘말려 성경의 내용을 반도 제대로 다 모르고 있구나 싶어 안타까웠다. 차라리 어렸을 때 보던 만화 성서나 계속 더 볼 걸 그랬나 싶기도 하다.



저자의 종교가 정확히 나오지는 않는다. 다만 책의 앞날개에 보면, 그는 훌륭한 역사학자이자 종군 기자로서, 전 세계를 누비며 성경의 유적과 그에 새겨진 사실들을 탐사하고자 애썼고, '성경이 단지 인류사 최고의 명저 중 하나' 라는 사실에 입각해, 가능한 기적이나 과장을 줄이고, 역사적으로 보이는 사실로서 증거할 수 있는 내용들을 담백하고 간결하게 전하려고 애썼다. 두 권의 책에 비록 화질은 떨어질망정, 성경의 극적인 순간들을 다양하게 그려낸 명화들이 많다는 것은, 그가 성경을 '무조건 믿어야 하는 신성한 책' 이라기보다, 역사적인 사실이자 예술의 영감이기도 했다는 사실을 보여주려고 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므로 그의 책은, 엄격한 구약의 하나님을 얘기하면서, 그를 모시고 신산하게 이스라엘 땅을 떠돌아다녔던 유목민족이 어떻게 왕국으로 안착하게 되는지 보여주고, 또한 위대하고 장엄한 기적을 일으키기보다, 율법을 초월하는 사랑과 구원을 전하고자 애썼던 신지식인 예수님을 알려주고자 애쓴 흔적이 보인다. 저자가 그려낸 예수님은, 과연 믿음이 없는 사람이 보기에는, 그렇게 보일 수도 있겠다 싶으며, 내가 알고 있는 예수님보다 훨씬 더 소박하고, 열성적이고, '애를 쓰시는' 예수님이셨다.



지금도 유대교를 비롯하여 많은 종파들은, 하나님을 믿는다 하는데도 예수님을 삼위일체의 구원자가 아닌 일개 예언자, 혹은 사람으로 격하시켜 믿지 않기도 한다. 그들은 모세의 율법과 형식을 지키며, 엄정한 구약의 하나님을 믿는다. 나는 그저 작은 교회의 청년회장일 뿐이라서, 신학적으로 어려운 논의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 다만, 나는 구약 유대 왕국의 외진 곳에서 혼혈로서 박해받던 사마리아인의 사랑이 누구보다 소중했다고 말씀하셨던 예수님을 믿고, 누구도 어린아이처럼 순수해야 비로소 천국에 갈 수 있다고 말씀하셨던 예수님께 동의한다. 예수님은 사람을 구하는데 안식일을 가리지 않으셨고, 기꺼이 세리와 성 노동 여성과 가난하고 지저분하고 버림받은 이들과 함께 하셨다. 몸소 보여주신 위대한 사랑은, 여전히 세계에서 가장 큰 종교 중 하나로 널리 퍼지고 있다. 이 어찌 기적이 아니겠는가. 매일 조금씩 열심히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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