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땅히 적을 곳이 없어서(사는 이야기)

부활 - 먼저 죽어야만 비로소 이루는.

by Aner병문

신의 유일한 대속자. 인간을 이해하고 구원하기 위해 친히 인간의 태를 빌어 내려오신 예수님조차도 두려움을 이기시진 못하셨던 듯 하다. 위대한 구원을 이루기 위해서는 예수님께서는 먼저 죽으셔야 했다. 그 전날 밤, 예수님께서는 할 수만 있다면 이 잔을 거두어달라고 깊이 흐느끼셨고, 스승을 기다리다 피곤에 지쳐 먼저 잠든 제자들을 책망하며 드물게 짜증도 내셨다. 너희들은 도대체 한순간도 나와 함께 깨어 있을 수 없더란 말이냐. 어린아이처럼 자신을 찾는 이들에게 누구나 알기 쉬운 비유와 믿음을 통한 구원을 알려주셨던 예수님. 저잣거리가 된 예루살렘 성전에서 채찍을 들어 준엄하게 징계하셨던 예수님. 율법학자들의 질시에도 아랑곳없이 안식일에도 병자들을 고쳐주시고, 가장 멸시받는 이들과 기꺼이 밥과 마음을 나누셨던 예수님. 저 멀리 신약까지 가지 않아도, 이스라엘 민족은 사사들의 말을 듣지 않다 망하고 분열했으며, 스스로 왕을 내세워 싸우고자 했어도 결국 패망의 길을 걷고 말았다. 하나님께 영광을 돌린다던 다윗도 솔로몬도 결국 한낱 인간으로서 속세의 부침(浮沈)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었다. 사무엘상/하를 읽고 있는 요즘은 더욱 그렇다.



어제는 부활절이었다. 모처럼 주일에 쉬게 되어, 처자식과 함께 목사님 말씀을 들었다. 사실 진정한 믿음이란, 결국 속세의 우리가 죽는 그 자리에서 태어난다. 우리는 기꺼이 상식과 아집과 미련을 버리고, 오로지 순종과 믿음으로 다시 태어나야 한다. 그러므로 부활은 사실 예수님께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믿는 자들은 누구나 믿지 않는 자들과 달라야 하므로, 세상의 빛과 소금이 되지는 못할지언정, 되고자 하는 마음으로 다시 태어나야 한다. 물론, 부활절 전날, 사범님들과 실컷 태권도하고 술을 마시면서, 아 내일이 부활절이니 오늘은 죽어야지 운운하며 농을 치는, 나처럼 경박한 청년회장 집사와는 아직 거리가 먼 얘기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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