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땅히 적을 곳이 없어서(독서감평)

다시 한번 김용옥 외.

by Aner병문

김용옥, 태권도 철학의 구성원리, 통나무, 한국, 1990.

마르코 이엔나, 한국 태권도 사범들의 이탈리아 현지 정착과 현실에 관한 연구, 경희대 석사 논문, 2013

양현석, 광복 후 태권도 세계화의 변천 과정, 한국체육대학교 박사 논문, 2006

유혜민, 태권도의 중국보급 과정과 그 의미, 용인대 석사 논문, 2012

오세용, 한창용, 국제 태권도 연맹에 대한 고찰, 한국 스포츠 리서치 , 2004


나중에 차차 할 이야기가 있을 터이지만, 좌우당간 우리 가족도 끝내 코로나를 피할 수 없어 격리되었다. 걱정했던 것보다는 처자식이 생각보다 금방 차도를 보여 다행이었으나 의외로 나는 생각보다 증상이 무겁게 와서 꽤 오랫동안 말라 비틀어진 시래기마냥 시들거렸다. 약기운에 조금 나은가 싶다가도 훈련 좀 해볼까 싶으면 도복 입고 주먹질은커녕, 걷는 것조차도 힘들어 쉽지 않았다. 대신 모처럼 시간이 나서 잠이나 실컷 자고, 아내와 번갈아 아이를 돌보고 나면, 주로 책을 읽었다. 일단 숙제 삼아 그 동안 읽었던 태권도 논문들을 어찌어찌 정리하였다. ITF의 입장에선 몹시 부럽게도 WT는 역시 한 나라의 국기이자 올림픽 선별 종목답게 그 연구와 지원 규모가 몹시 크고 세세하였다.



요컨대 김용옥 선생, 혹은 태권도협회장을 지낸 양진방 선생의 말씀처럼, 이른바 '근대 태권' 의 형식에서 태권도는 여러 일본 무도, 중국 무공 등이 혼합된 형태로 국내에서 제대로 된 정체성을 찾기 어려웠다. 창시자님 또한 가라테를 익히셨으며, 5대관을 비롯한 기간도장들의 사범님들이 다양한 무공들을 익혀온 이들이라는 점도 배제할 수 없었을 터이다. 그러므로 국내가 통합되기 전까지, 민간 외교의 일환으로 태권도를 전파했던 1세대 해외 사범들 역시 코리안 가라테Korean Karate라는 이름으로 가라테의 위명을 빌릴 수밖에 없었으며, 국내의 태권도 분파가 하나로 합쳐지고, 국기원이라는 통합된 기구가 생기며, 올림픽 종목으로 선정됨과 함께 강력한 국가적 지원을 바탕으로 이른바 '경기 태권' 즉, 보호구와 발차기 위주로 승부를 겨루는 현재의 태권도 형태가 세계에 정립됨으로써, 비로소 국내외의 현재의 WT 태권도 형태가 만들어졌다고 보는 것이 일반적인 흐름으로 보인다. 다만 김용옥 선생이나 양진방 선생, 또 내가 모르는 이들의 지적 이외에도 학술적으로 ITF는 아직 그에 대한 면밀한 조사가 거의 없어보인다. 고작해야 ITF의 초기 형태였던 창헌류가 WT의 하나의 독립적 형태로 잠시 존재했다고 하거나, 혹은 그조차도 언급하지 않거나, 아니면 확실한 근거 없이 막연하게 ITF와 WT가 통합되어야 한다는 이상론을 주장할 뿐이다. 서글프다. 어서 나아서 정상적으로 책도 더 읽고 태권도도 더 하고 싶다. 술 마시면서 사범님, 사형제 사자매들이랑 낄낄거리고 싶다. 흑, 서럽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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