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땅히 적을 곳이 없어서(훈련일지)

ITF 번외편 - 이제 벌써 낮은 한여름 같다.

by Aner병문

밤새 내린 비가 벌써 흔적도 없이 바싹 마를 정도로 따가운 햇볕이었다. 그래도 제법 서늘했던 새벽녘을 기억하고 있어서, 비 내린 옥상 도장 바닥도 말릴 겸 일부러 아이가 자는 낮 1시쯤부터 훈련을 시작했다. 우레탄 재질의 깔개를 깔아놓은 옥상 바닥은, 비가 많이 온 날이면 습기를 흠뻑 머금어 움직일때마다 찌걱찌걱 소리를 내는 경우가 많다. 오늘따라 아내는 더욱 힘들어했고, 아이도 좀처럼 낮잠을 자려 들지 않아서, 나는 결과적으로 거의 잠들지 못한 몸으로 아내 대신 아이를 돌보느라 조금 지쳐 있었다. 몸이 무거운데다 햇볕이 따가워서, 금방 목이 말랐고, 어지럽기까지 했다. 그래도 악착같이 훈련해서 마침내 틀 뿐만 아니라 2보 맞서기 10번까지 모두 외웠다. 다만 앞으로는 역시 잠을 제대로 못 잔 몸으로는 함부로 훈련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오늘 과중한 훈련과 육아로 온 몸이 벌써 삐걱거린다. 빨래와 청소는 늘 해야할 몫이다. 아내는 내가 고맙고 미안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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