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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상민 Sep 26. 2024

Kodak Moment

Part II. Logistics

팀장님의 도움을 받아 내 타이틀은 Operation Admin에서 Logistics Admin으로 바뀌었고,

업무도 일부 조정이 되었다.


조정이 되었다고 해서 뭔가 거창한 것을 한 건 아니었고,

고객사와 계약이 성사되면, 계약 조건에 따라 각 모듈별 공장에서 들어오는 수입 스케줄을 트랙킹 하고,

국내에서 생산되는 제품의 생산 일정을 확인하면서,

약속한 장비 설치 일정에 맞춰 모든 재고가 문제없이 준비되어 설치 장소로 이동될 수 있도록,

각 공급업체 및 코닥 APAC 팀과 커뮤니케이션하는 일이었다.


또한 S&OP (Sales and Operation Planning)에 사용될 엑셀파일에 각 장비 설치 스케줄에 따라 발주일을 업데이트해서 APAC Planning 팀에게 전달하고 Plan vs. Actual에 대한 팔로우업을 하기도 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당시엔 왜 하는지 이유를 잘 알지 못했던 S&OP에 대해서 내가 조금만 더 관심을 기울였다면, 내 커리어의 방향성이 크게 달라질 수도 있었다. 제조업 SCM을 떠나서 이커머스로 넘어온 가장 큰 이유 중 하나에 S&OP 가 직/간접적으로 연관되어 있었으니. 이 부분은 나중에 다시 한번 다뤄질 예정이다 -


그리고, 내 이후 커리어에서 정기적으로 중요한 업무로 진행했던, 3PL 변경 그리고 이어지는 창고 이전도 처음으로 진행하게 된다. '진행'이라고 했지만, 이 당시에는 이미 비딩도 끝나고 재고만 이전하면 되는 상태였고, 주니어인 내가 뭔가를 알거나, 혹은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은 없었다. 그저 현장에 있었을 뿐. 


새롭게 부여받은 직무와 타이틀로 근무하는 1년 동안,

부족한 경험과 지식을 채우기 위한 보완이 필요하다는 것을 간절히 느끼게 되었다.

그래서 보이기 시작한 물류 관련 자격증들.

물류관리사, 유통관리사, 국제무역사, 무역영어, CPIM, CSCP, CPL 등.

국내/외 자격증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이때부터 향후 몇 년 (두 번이나 탈락하면서, 총 2년이 걸린 CPIM이 크게 기여했다. CPIM 은 다른 글에서 전반적인 자격증/교육 등과 함께 별도로 언급할 예정이다) 동안 자격증 공부가 시작된다.


물류를 전혀 모르던 나로서는, 접근이 쉽고 가장 기초를 알려줄 것 같은 물류관리사를 타깃으로 주말 공부를 시작했고, 어렵지 않게 합격할 수 있었다. 이어서 국제무역사와 무역영어 1급을 동시에 공부했지만 국제무역사를 탈락하면서 국내 자격증 취득은 멈추게 된다.


매우 쉬운 자격증이라고는 하지만,

그래도 공부를 하지 않은 채 합격할 수 있는 자격증은 아니었고, 반드시 일정 시간을 투자해서 공부를 해야만 합격할 수 있는 자격증.


실무에 크게 도움은 되지 않았지만 (경력직에게는 절대로 추천하지 않는다. 신입사원 입사 때나 가산점을 받기 위해 노력해 볼 만한 자격증이다.) 스스로에게 조그마한 자극을 줄 수 있었고, 회사 사람들에게는 '노력하는 주니어'라는 인식을 줄 수 있었던 자격증.

CPIM 자격증 취득 후 했던 내부 프레젠테이션

그리고 이런 나를 지속적으로 서포트해 주셨던 팀장님 덕분에, 자격증에서 배운 내용을 어떻게든 업무에 연결시켜서, 회사 내부에서 프레젠테이션도 여러 번 할 수 있었다. 


어떻게 보면 이미 다 알고 있는 내용이었을 테고, 바쁜 시간을 일부러 내어서 - 게다가 본인뿐만 아니라 팀원들까지도 참석하게 해서 - 주니어의 프레젠테이션을 듣는다는 건, 웬만한 정성이 아니면 불가능하다. 어린 나를 믿어주셨고, 응원해 주셨기에 가능했던 시간들이었다.


이러한 팀장님의 도움으로, 계속 자극을 받을 수 있었고, 이러한 자극이 이후 보다 어려운 자격증인 CPIM과 물류 MBA로 이어지게 되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난 또 하나 남들이 안 하는 짓을 하기로 결정한다.

회사에 입사하고 첫여름휴가를 바로, 중국 상하이로 가기로 한 것.

왜?


Kodak의 APAC 본사가 바로 중국 상하이에 있었고, 여행의 유일한 목적이 바로 Kodak APAC 본사에 방문해서 온라인상으로만 만났던 (당시엔 Zoom 도 없었다. 그래서 얼굴을 보고 대화하는 빈도 혹은 비디오콜의 퀄리티가 썩 좋지 않았다) 동료들을 만나고, 동시에 그곳의 높은 분들에게도 나라는 사람이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휴가 전 상하이 동료들에게 미리 일정을 공유하고, 약속을 잡아 오피스에 찾아갔고.

반갑게 맞아주는 동료들과 (동료들이라고 하지만 실제로는 나보다 5~10년 이상 경력이 많은 시니어이자 높은 사람들이었다) 인사를 나누고, 저녁 식사도 같이 하며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그렇게 2년여간의 주니어 생활이 끝나가고 있었고,

나는 명함의 프로필이 바뀌게 되었다.


Logistics Admin에서 Logistics Specialist로.

그리고 타이틀이 바뀌자마자, 오래도록 계획했지만 참아왔던 한 가지 작업을 시작한다.

바로 모임을 만들고, 사람들을 모으기 시작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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