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 I. 신입사원
1990년대까지 필름, 필름카메라, 이미지 관련 특허와 디지털 관련 기기 등으로 인한 엄청난 성공으로 인해 미국의 25대 기업에 이름을 올렸고, 산업에서의 리더십, 뛰어난 인재와 그를 뒷받침하는 엄청난 복지 등으로 그 당시의 구글이라 할 수 있었던 Eastman Kodak.
그리고 이러한 회사의 한국 지사였던 한국 코닥.
그 안에서 영업/재무/인사/마케팅을 제외한 모든 업무를 다 하는 부서인 Operation 팀의 신입사원으로 입사하게 되었다.
정확히 어떤 업무를 했냐고?
음...
SAP에 오더 관련 정보를 입력하기도 하고,
영업팀에서 주는 정보를 정리해서 APAC 팀에 전달도 하고,
고객사와 맺은 계약서를 시스템에 업로드하기도 하고.
하루의 마지막은 우체국에 가는 일로 마무리했다.
지금은 상상도 못 하겠지만, 그 당시에는 전자세금계산서로 넘어가기 바로 전 단계의 시대로,
일마감, 월마감 업체별로 세금계산서를 입력해서 세금계산서 문서에 출력해서,
거래명세서와 함께 봉투에 넣고, 우표를 부착해서 우체국에 방문접수해서 발송해아만 했다.
왠 구석기시대 이야기냐...라고 할 수도 있지만.
2010~2011년이니까, 그렇게 아주 먼 과거도 아니다.
그리고. 수기로 하는 작업이다 보니, 당연히 실수가 생긴다.
이를테면.. 2억 원짜리 세금계산서를 0을 몇 개 덜 써서 2천만 원으로 끊는다거나 하는...
혹은... 거래명세서에 잘못해서 원가를 써서 넣는다거나 하는...
첫 번째 케이스 - 세금계산서에서 0을 몇 개 덜 쓴 건, 다행히 업체에서 바로 전화 와서 잘못 끊긴 것 같다고 해서 바로 수정을 할 수 있었으나.
두 번째 케이스 - 세금계산서와 같이 발송한 거래명세서에 원가를 써넣는 경우는 문제가 상당히 컸다. 여기서 말하는 원가는 일반 소비재를 말하는 게 아니라, 몇 억 원에 판매하는 인쇄 장비 설비의 원가를 말한다. 수 억 원에 판매하는 장비의 원가를 - 그것도 각 모듈 별로 기재해서 발송해 버렸으니...
해당 사실을 깨닫자마자 바로 매니저님께 큰 실수를 했다고 정말 죄송하다고 말씀을 드렸고.
매니저님께서는 잠시 할 말을 잃으셨다가 알았다고 하며, 앞으론 이런 실수를 절대로 하지 말라는 말과 함께 더 이상 책망하지 않으셨다.
이런저런 사고를 치며, 첫 1년이 지나가고 있었고,
1년이 다 지나갈 무렵 팀장님께서 나를 부르셨다.
"상민. logistics 한 번 해볼래? 사실 우리 팀에 남자를 (나를 제외하면 전원 - 팀장님 포함 - 여자분들이셨다) 뽑은 이유가 logistics 업무를 맡기려고 했던 거라."
"네! 하겠습니다!"
이 질문과, 이 답변이,
지금까지 내 커리어의 기본을 만든 Logistics 업무로의 첫걸음이었고.
역시나 Logistics 가 뭔지 전혀 모르던 상태로, 나는 Logistics 업무로의 전환을 앞두게 되었다.
그리고 이 순간부터.
남들보다 늦게 시작했다는, 남들보다 연봉이 낮다는,
그래서 남들보다 뒤쳐져있다는 컴플렉스가 조금씩 나타나기 시작했고,
이 컴플렉스를 극복하기위해 남들보다 더 많이 노력하고, 남들이 하지 않는 것을 하려 하고,
그래서 그 간극을 메워보려는 노력의 여정이 시작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