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상민 Oct 05. 2024

Kodak Moment

Part III. Networking

왜인지 모르지만, 어렸을 때부터 '외국에서 뜨는' 플랫폼에 남들보다 빠르게 가입해서 활동을 해왔었다.

Facebook의 경우 대학졸업도 하기 전인 2006년 경에 가입해서 활동했고 (참고로 Facebook 이 미국에서 시작된 때가 2004년이다), LinkedIn 도 한국인 가입자가 지금처럼 많거나 활동적이지 않았던 2010년이 조금 넘은 시점에 시작했다.


그리고, 여전히 무엇인가가 간절했던 나는,

링크드인에서 SCM, Operation, Logistics을 경력에 가지고 있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아래와 같은 스팸메시지를 보내기 시작했다. (취준생 때도 그랬지만 나는 참 이런 콜드콜링 성격의 스팸을 철판 깔고 잘 보낸다.)

대부분의 메일에 답장이 오지 않았지만,

간혹 관심을 보이며, 이러한 모임이 생긴다면 참여할 의향이 있다는 답변이 오기 시작했고,

이에 'Korea Operation, SCM, Logistics Professional'이라는 링크드인 그룹을 만들고, 다시 한번 스팸메일을 보내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위와 같은 이유로 그룹을 만들었고, 이를 통해 서로 발전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고.

그리고 앞으로 오프라인 모임도 같이 진행할 것이라고.


이렇게 시작한 모임은,

창업자이자 운영자이자 열성 활동가인 나 자신의 끊임없는 스팸메일로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했고,

그 후 몇 년에 걸쳐서 (그리고 동시에 나 또한 여러 번의 이직을 하게 된다) 350여 명의 회원이 가입하게 된다. 대담하게도 난 코닥에서 일하는 동안에도, 코닥의 내 보스였던 팀장님까지 이 모임에 초대해서 가입시키는 똘끼를 보였다.


또한 정기적으로 오프라인 모임을 통해,

각 회사에서 진행했던 프로젝트에 대해서 (공유 가능한 부분까지만) 사례를 공유하고, 좋은 제안을 듣고, 혹은 나와는 다른 산업, 다른 회사에서 진행하고 있는 프로세스와 시스템에 대해서 이해하고 공부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그게 끝이 아니었다.

이 모임을 통해 처음 알게 된 사람들은 당시 대부분 대리~과장급 정도의 경력이었으나,

지금은 부장~이사 정도의 경력이 쌓였고 서로의 이직, 팀원 채용 등에 대해서 서로 도움을 주고받는 - 때로는 동료로, 때로는 팀장/팀원의 관계로 함께 일하는 모임으로 발전했다.


한편으로는, SCM 혹은 물류에 관심이 있는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멘토링 세션을 진행하며,

조금의 뿌듯함을, 조금의 보람을, 그리고 조금의 잘난 척을 하는 시간을 가지기도 했다.

회원들과 함께 중앙대에서 진행했던 멘토링 세션

...

코닥의 Logistics Specialist라는 타이틀을 달자마자 시작했던 모임.

나는 왜 이 모임을 바로 만들지 않고 내가 생각하는 '타이밍'이 올 때까지 기다려야 했을까?


가장 큰 이유는 바로 '타이틀' 그 자체였다.

외국계에서 Admin이라는 타이틀은 아직은 주니어이고, 아직은 업무를 잘 모르고,

또한 아직은 전문성을 보여줄 수 없는 - 그래서 다른 사람들에게 의미 있는 도움을 주기 쉽지 않은 경력이다.


그러나 Specialist라는 타이틀은, 어느 정도 (그래도 아직 어리지만) 경력을 가지게 되었고,

깊이 알지는 못해도 업무가 어떻게 돌아가는지는 이해하고 있으며,

그렇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을 줄 수 있는 경력이다.


따라서 Admin이라는 타이틀을 가진 내가 초대 메일을 보낼 때와,

Specialist라는 타이틀을 가진 내가 초대 메일을 보낼 때, 

메일을 받는 사람 입장에서는 이 모임의 전문성, 그리고 네트워킹 레벨에 대한 기대치가 다를 수 있다고 생각했다.


다행히 많은 사람들이 호응해 주었고,

모임이 지속적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참여하고 인풋/인사이트를 주었고,

그로 인해 수년간 많은 활동과 함께 운영될 수 있었다.

(아쉽게도 - 이 모임은 내가 정말로 업무가 많아지고, 결혼과 육아로 바빠지기 시작한 시점부터 힘이 빠지기 시작했고, 현재는 공식적인 온라인/오프라인 활동은 없이, 당시 열심히 활동하던 사람들끼리 종종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는 소규모/비정기 모임으로 바뀌었다.)


그리고,

이러한 모임을 통해서,

나는 내가 근무하는 Kodak 외부의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고,

어떠한 관점으로 어떠한 업무를 어떠한 프로세스와 시스템으로 운영하고 있는지를 배우게 된다.


그리고.

사회 초년생으로 입사한 지 3년쯤 지났고, 다른 세상이 어떤지를 조금씩 알게 된 나는,

내가 모임에서 만나서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의 경우 나보다 훨씬 높은 연봉을 받으며 일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기 시작한다.


움직여야 할 때인가 보다.

작가의 이전글 Kodak Moment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