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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상민 Nov 17. 2024

Kodak Moment

Part IV. 첫 번째 이직 시도

이직.

말은 쉽지만 행동에 옮기기는 쉽지 않다.

지금이야, 이미 5번째 회사에서 근무하면서 첫 번째 이직이 오히려 너무 늦은 게 아니었나라는 생각을 하지만 그 당시에는 정말 큰 고민이었다.


지금 매니저님과 잘 맞는데, 새로운 회사에서 새로운 매니저와 잘 맞을까?

지금 회사의 문화와 프로세스가 너무나 편한데, 새로운 회사에서도 과연 그럴까?

그리고, 새로운 회사에서도 정말 지금처럼 내가 뛰어난 인재일까? 어쩌면 지금 회사에서 받는 인정은, 여기에서만 한정인 것 아닐까?


아니야. 그 모든 걸 감안해도 지금 연봉이 너무 낮은 게 아닐까?


이런저런 고민들을 해봤지만, 해보기 전에는 알 수 없는 것.

조금씩 이력서를 여기저기 보내보기 시작했다.


B2B 경력만 있으니, 아무래도 B2B 회사들을 대상으로 알아보고 있었고,

역시나 국내기업이 아닌 외국계 기업들의 SCM 팀 - 그 안에서 Logistics 직무를 알아보기 시작했다.


간혹 면접을 보았지만 나도, 그쪽도 썩 만족스럽지 않아 더 이상 진행되지 않은 날이 지나가던 중.

특정 산업의 '슈퍼을'로 불리는 유럽계 기업의 Logistics 포지션에 면접을 보게 된다.


이 회사는 엄청난 수의 본사 엔지니어들을 한국에 파견해 놓은 회사였고,

국대 최고 대기업들에 장비 및 해당 장비의 유지보수를 제공하면서,

유럽기업의 복지와 문화를 그대로 한국에 가져왔다는 회사였다.


면접 당일, 면접관은 인사팀 한 분과, 지원한 팀의 팀장님과 팀원이었다.

약 1시간 동안의 면접이 끝나고 크게 문제없었다는 면접이었다는 생각을 하며 돌아갈 준비를 하고 있었고,

조금 전 면접관으로 참석했던 인사팀분이 나오면서 한 마디 했다.


"이야~ 이빨 잘 터시던데요?"


???

다른 회사도 아니고 해당 업계 세계 최고 회사 중 하나라는 회사에서, 

다른 팀도 아니고, 인사팀이 이런 상식밖의 단어와 코멘트를? 

아니, 인사팀이 아니더라도, 어떻게 지금 면접을 막 마친 지원자에게 이런 말을 할 수 있지?


뭐라고 대답할 말이 생각나지 않아서 그저 웃으며 회사를 나왔고.

만족스러웠던 면접 그 자체와는 별개로, 매우 불편한 감정을 그 회사에 가진 채로 돌아오게 되었다.


약 일주일 후.

인사팀에서 연락이 왔고, 순번 2번이라는 답변.

좋은 역량을 가졌고 면접 결과도 좋았지만, 더 적합한 지원자가 있다는.

그래서 첫 번째 지원자가 지원을 취소하거나 최종 사인을 하지 않을 경우 내게 연락을 주겠다는 것이었다.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서 기분이 나쁠 수도 있는 말이었지만,

내게는 오히려 솔직한 코멘트가 좋았다. 웃으면서 알았다고 - 진행하게 되면 연락을 달라고 하며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 회사 팀장님께 메일을 썼다.


지금 회사와, 팀장님과, 업무에 만족하지만.

지금의 연봉 인상률을 미래에 대입해 봤을 때, 도저히 만족할 수 없는 연봉이 예상되며,

그렇기에 이직을 진행 중이며, 합격 가능성이 있다는.

정말이지 매우 솔직한 메일을 썼다.


다음날.

팀장님과 당연한 1:1 시간을 갖게 되었고.


이때 나눈 팀장님과의 대화.

그리고 이후 팀장님이 내게 해주셨던 약속, 기회 그리고 서포트는,

훗날 팀장이 된 후의 내게 매우 중요한 영향을 미치게 된다.


이직을 하려는 팀원과 어떤 대화를 해야 할지.

그 팀원을 붙잡아야 한다면, 어떻게 대화를 이끌어가야 할지.

그리고 그 팀원이 남았다면, 이후 어떤 서포트와 커리어 패스를 보여주어야 할지.


이 모든 것에 대한 베스트 프랙티스를 직접 경험하게 된다.


다음 이야기는, 

첫 번째 이직 시도 후 마음을 접고 회사에 남아, 

수년 간 팀장님의 서포트를 받으며 커리어를 쌓아 나가며 성장하던,

하지만 결국, 다시 한번 동일한 이유로 몇 년 후 회사를 떠나기로 한 나의 결심.

그리고 코닥에서의 마지막 시간과 정말 '첫 번째 이직'이 다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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