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dak Moment

Part V. 멘토링, 기회, 성장

by 이상민

이직에 대한 생각을 팀장님께 말씀드리고,

다음날 팀장님과 마주 앉은 나.


내가 왜 이직하려는 생각이 들었는지.

그리고 동시에 내가 어떤 부분들을 걱정하는지.

메일로도 이미 말씀드렸지만, 보다 자세하게 솔직한 내 마음을 말씀드렸다.


내 말을 다 듣고 난 후의 팀장님이 내게 말씀해 주신 건 3가지.


1. 난 너를 후계자로 생각하고 있다.

2. 그래서 리더십에게 너의 퍼포먼스가 더 잘 보일 수 있도록 적절한 프로젝트와 업무들을 줄 예정이다.

3. 동시에 너의 발전을 위해 적절한 사람에게서 멘토링을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


단순히 말로만 끝난 게 아닌,

이어지는 몇 주간, 나는 1번을 제외한 - 1번은 당장 어떻게 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었으니 - 2~3번에 대해 즉각적인 서포트를 받기 시작했다.


먼저 2번에 대해서는,

- 한국만이 아닌 일본 쪽 프로젝트에 포함되기 시작했고 (당시 팀장님은 한국/일본 Logistics Manager를 겸임하고 계셨다. 먼 훗날 이야기지만, 나 역시 Shopee에서 한국/일본 물류팀장을 겸임하게 된다) 이를 통해 보다 확장된 업무를, 보다 큰 스케일의 업무를, 그리고 지금까지와는 다른 새로운 업무를 시작하게 된다.

- 또한 당시 미국 본사에서 진행하던 Business Intelligence 도입 프로젝트의 아태지역 리딩을 내게 맡기게 된다. 이를 통해 한국/일본만이 아닌, 중국, 인도, 싱가포르 등의 팀들과도 협업을 시작하게 된다. 이러한 Regional 업무로의 확장은 서로 다른 문화와 배경과 업무 스타일을 가진 동료들과의 협업이 필요했고, 이러한 과정에서 지금까지와는 확연히 다른 스콥의 업무를 배정받기 시작했다. 또한 이때부터 SAP라는 시스템에 보다 깊숙이 관여하기 시작했고, 이러한 SAP의 깊은 이해는 이후 필립스/다이슨에서의 업무에 매우 큰 장점으로 작용하게 된다.


이어서 3번에 대해서는, 본사의 높은 직급의 리더 - 1981년에 코닥에 입사한 (참고로.. 내가 태어난 해가 1982년이다) 이후 Logistics Director / Supply Chain Manager / Trade Compliance Manager 등을 두루 경험했던 미국인 아저씨가 멘토로 지정된다. 이 분과 매주 한두 번씩 오전에 일찍 출근해서 Kodak이라는 회사, SCM이라는 분야, 그리고 내 걱정과 고민 그리고 성장에 대한 욕구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한다. 도움이 되었느냐고? 회사에 다닐 때에는 믿을만한 리더에게 나라는 사람에 대해서 공유할 수 있다는 멋진 기회를 받을 수 있었고, 회사를 떠난 후 (이 분은 내가 회사를 떠나기 1년 전 나보다 앞서서 다른 회사로 이직하게 된다) 오히려 더 많은 커리어와 이직 관련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고 이때 주고받은 대화는 초창기 나의 이직 결정에 큰 인사이트가 되어주었다.


이러한 과정을 거치며,

일본 출장도 가고, 중국 출장도 가며.

코닥에서의 생활은 기존보다는 확실히 보다 다이내믹하게 흘러가기 시작했다.


중국출장 1.jpg
중국 출장.jpg
중국 출장 중 동료들과 찍은 사진


동시에 이때부터 프레젠테이션 할 기회가 많아지면서 당시에 대유행이었던 스티브 잡스의 프레젠테이션 관련 책을 미친 듯이 사서 이것저것 적용해 보기 시작했다. 어떻게 스토리를 구성해야 하는지, 피티 덱은 어떻게 만들어야 하는지, 어떻게 하면 청중의 주의를 집중시킬 수 있는지 등 - 지금 내가 하는 자연스럽고 또한 어느 정도는 성공적인 프레젠테이션 스킬의 최초의 연습은 이때가 되었다 - 을 미친 듯이 파고들며 업무에 직접 적용해 봤다. (항상 성공한 건 아니고, 대실패로 끝났던 시도도 있었다. 예를 들어 피티 화면 배경을 흰색이 아닌 검은색으로 바꾸고 진행했던 것. 스티브 잡스의 프레젠테이션의 '디자인'만 무턱대고 가져다 쓴 시도였고, 어두운 무대 위에서 진행하는 스티브 잡스와는 달리 환한 회의실에서 임원 보고를 위한 내 프레젠테이션으로의 적용은 가독성과 형식면에서 모두 너무나도 좋지 않았던 시도였다)


또 하나.

일본 출장 때 에피소드.

위에 언급했듯 당시 팀장님은 한국/일본 팀장을 겸임하고 있었고, 일본 쪽 이슈를 해결하기 위해 일본 출장 때 나를 동행시켰다.


그리고 일본 사무실의 회의실에서 논의를 시작하는데, 미팅룸은 너무나도 조용했고, 이야기에 진척이 없었다.

당시 전형적인 일본 사람들은 매니저 앞에서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하는 것을 불편해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던 나는, 팀장님께 양해를 구하고 팀장님을 회의실에서 내보내고, 나와 일본팀만이 남아서 논의를 다시 시작했다. 보다 편안한 분위기에서 일본팀은 무엇이 문제인지, 그리고 그 문제를 어떻게 풀 수 있을지 아이디어를 내기 시작했고, 아무것도 적히지 않고 문제만 적혀있던 화이트보드에는 다양한 아이디어들이 추가되기 시작했다. 그 결과는? 어디가 문제이고 그 문제가 왜 발생했는지 Root Cause는 확실히 파악할 수 있었고, 이를 바탕으로 보다 '관리 가능한' 수준의 프로세스로 개선하여 전체적인 비효율을 줄이고 리드타임을 단축시킬 수 있었다.


이렇게.

즐겁고도 또한 어느 정도는 만족스러웠던 코닥에서 난,

1년에 연봉 인상을 두 번이나 진행하는 경험을 하며 연봉 역시 조금씩 높여가기 시작했고 어느덧 코닥에서의 시간은 5년을 지나 6년이 거의 되어가는 시점이 되었다.


이때 당시 내가 운영하던 SCM 모임의 필립스 SCM팀에 근무하던 지인으로부터 제안을 하나 받게 된다.


"필립스 Customer Logistics Manager 자리에 한 번 지원해 볼래요? 팀장님이 상민님 아는 분인데."


그리고. 이때서야 비로소 내 최초의 이직이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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