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dak to Philips
필립스의 Customer Logistics Manager 포지션에 지인 추천으로 지원해 보기로 한 나.
이 당시 필립스의 Senior Logistics Manager로 근무 중이셨던, 그리고 내 채용 매니저였던 분은,
내가 코닥에서 근무할 당시 코닥의 3PL이었던 회사에서 일정 기간 근무를 하셨었고, 이때 나와 함께 다양한 업무를 같이 하셨었기에 내가 어떻게 일하는지 어느 정도 잘 알고 계시던 분이셨다.
1차 면접을 위해 필립스 사무실로 찾아갔고, 1:1으로 진행된 이 시간은,
면접이라기보다는 - 이미 같이 일해본 사이로 어느 정도 알고 있었기에 - 필립스란 회사는 어떤 회사인지, SCM 팀은 어떻게 구성되어 있는지, 지금 어떠한 부분을 해결하고자 이 포지션을 채용하는지, 그래서 나에게 어떤 점들을 기대하는지에 대해서 알 수 있던 시간이었다.
이후 2차 면접이 잡혔고,
SCM 상무님, Demand Planning 팀장님이 면접관으로 추가되어 3:1로 면접이 진행되었다.
B2B 업무만 진행했던 나이기에 그 부분에 대한 염려를 느낄 수 있었으나, 전반적으로 큰 문제없이 면접을 마무리할 수 있었고 - 얼마 후 Offer Letter를 받게 된다.
자.
지금부터가 어려운 부분이었다.
이제 다시 한번 팀장님께 이직에 대해 말씀드려야 하는 시간.
지난번에는 최종 합격 전에 이직을 진행 중이다라는 내용으로 논의를 시작한 반면,
이번에는 어떠한 역제안을 받더라도 이제는 떠나야 된다는 생각으로 최종 합격 후에 계약서 사인 후, 팀장님께 메일을 썼다.
(이직이 확정되기 전에 이직 의사를 말하는 건, 바꿔 말하면 '나는 ~한 고민이 있고, ~부분이 해결되지 않는다면 떠날 예정이다'라는 말이다. 내 전체 커리어를 통틀어 딱 두 번, 이렇게 진행한 적이 있다. 한 번은 앞서 이야기했던 코닥에서. 그리고 다른 한 번은 쿠팡에서 근무하며 '이런 방식으로 계속 일해야 한다면 나는 떠날 예정이다'라고 말한 경우다. 둘 모두 회사에서, 그리고 팀장님들의 이해와 지지를 바탕으로 당시의 고민이 일정 부분 해결되었고 나는 다시 업무에 집중할 수 있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나중에 더 자세히 이야기할 예정이다.)
6년에 가까운 시간 동안,
많은 서포트와 멘토링을 받았고,
야간 MBA를 다닐 수 있었을 정도로 개인의 발전에 시간을 쏟을 수 있게 도움을 받았고,
한국뿐만이 아니라 아태지역 전반적인 프로젝트를 리딩할 수 있을 만큼 지지를 받았고,
그리고 그 무엇 보다.
아무도 날 뽑아주지 않을 때, 100개의 이력서와 60번의 면접을 진행하면서 점점 지쳤갔던 나를 믿어주었던.
최초이자 유일한 회사였던 곳.
하지만.
빠르게 성장하는 산업에서.
지금보다 더 높은 연봉으로.
그리고 보다 큰 회사와 조직에서 근무하고 싶다는 내 생각이 너무나 확고했기에.
팀장님과의 한 시간 동안의 면담은,
당연하게도 내 결정을 바꾸지 못했고,
한 달 동안 인수인계를 하고 떠나는 것으로 내 Kodak Moment 도 마무리가 되어 갔다.
기대만 있었냐고?
아니 전혀.
새로운 팀장님과 잘 맞을 수 있을까 - 보다 솔직하게는 새로운 팀장님이 지금 팀장님처럼 나를 서포트하고 내 퍼포먼스를 인정해 줄까는 걱정.
새로운 조직의 사람들과 잘 지낼 수 있을지에 대한 염려.
Regional 업무를 포기하고 Local 업무만 하게 되는 것에 대한 아쉬움.
그리고 예상가능한 B2B에서 예상이 어렵고 보다 다이내믹한 B2C로 넘어간다는 것에 대한 부담.
이 모든 것들은 나를 충분히 불안하게 할 수 있는 부분들이었다.
지금 와서 돌아본다면 어떨까?
이미 5개의 회사를 거친 후, 과거 코닥에서의 이 날의 걱정을 돌아본다면,
- 이직한 모든 회사에서 내 보고라인에 있는 분들과 어떠한 어려움도 없고, 서로 신뢰하는 관계를 만들 수 있었고,
- 이직한 모든 회사에서 나보다 뛰어나고, 배울 점이 많은, 동시에 너무나도 유쾌한 동료들을 만날 수 있었고,
- 이직할 때마다 혹은 같은 회사 안에서도 업무 스콥은 끊임없이 확장되거나 혹은 깊은 수준으로 변화되며 아무런 아쉬움 없이 근무할 수 있었고,
- 코닥을 떠난 이후로 다시는 B2B로 돌아가지 않았을 정도로, 지금의 다이내믹함을 즐기고 있다.
첫 이직은 정말 어렵지만.
그 첫 이직이 성공적이고 만족스러웠던 나는.
이후에도 끊임없이 새로운 도전과 기회를 찾아 나서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