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ilips to Dyson
필립스 근무 중 하루는, 마케팅팀 리더 분과 점심 식사를 할 일이 있었다.
식사 중 그분이 툭 던졌던, 스치듯 지나간 한 마디.
"남편이 이번에 이직을 했는데, 외국계 기업의 국내 지사 셋업 자리였어요. 외국계 회사의 국내 지사를 셋업해 본 경험이 있는 사람이 별로 없어서, 매우 좋은 기회를 받고 옮겼죠."
그땐 몰랐다.
이 한 마디가 몇 달 후 나를 강하게 자극할 줄은.
...
그날도 점심 식사를 마치고,
나는 같은 팀의 선배와 함께 커피를 마시고 있었다.
"상민, 예전 직장 선배가, 이번에 Logistics Manager 뽑고 있는데, 기회가 꽤 좋아. Dyson의 한국 지사를 셋업 하는 포지션이거든. 한 번 지원해 볼래?"
그 당시 나는, 내부적으로 업무를 바꾸기 위해 프로세스를 진행하고 있었으나, 한국 지사장님 반대로 인해 무산된 상황이었다. (Logitics Manager에서 Demand Planner로 옮기려 했고, SCM Head 상무님도 승인해 주셔서 어떤 카테고리를 맡게 될지에 대한 논의를 하고 있었는데, 당시 한국 지사장님의 반대 - "같은 포지션에 2년은 있어야지!" - 로 인해 스톱)
이런 상황에서 뜻밖의 기회가 보였고,
이때 내 머릿속에 맴도는 말.
"남편이 이번에 이직을 했는데, 외국계 기업의 국내 지사 셋업 자리였어요. 외국계 회사의 국내 지사를 셋업해 본 경험이 있는 사람이 별로 없어서, 매우 좋은 기회를 받고 옮겼죠."
엇.
이거.
그때 점심때 그분이 말씀하신 그 기횐데!
면접을 진행하기로 했고,
왜 필립스에서 다이슨으로 이직하기를 원하는지에 대한 질문이 있었다.
여러 가지 다른 내용으로 - 내 경력을 바탕으로 왜 여기에 적합한 지원자인지 - 답변했지만, 나라는 사람을 셀링 하기 위한 업무와 경력과 관련된 답변을 제외한 내 솔직한 대답은 이거였다.
"저는 이 기회가 매우 적은 사람에게만 오는 기회라 믿습니다. Dyson이라는 글로벌 회사의 한국 지사를 셋업 하는데 함께 할 수 있다는 것은, 0에서 1을 만들어야 하는 경험은 - 제게 있어서는 Once in a life time 기회가 생각합니다. (그래서 무슨 일이 있어도 이 기회를 잡을 겁니다 - 마음의 소리)"
4번의 면접을 거쳐, 나는 Dyson Korea의 18번째 직원 (SCM 팀에서는 Head of SCM 이후 2번째 직원)으로 입사할 수 있는 계약서를 받을 수 있었다.
더불어 면접 때 내가 원했던 People Manager 로서의 기회도 입사 후 1년 정도 후에는 가능할 것이라는 힌트와 함께.
그러는 와중. 나는 개인적으로도, 그리고 필립스라는 회사에서도 상당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었다.
내 직무 변경을 거절하셨던 지사장님은, 개인적 사정으로 회사에서 갑작스럽게 퇴사하게 되었고,
그 사이에 내 직무 변경은 승인이 난 상태였다.
또한 딸이 태어났고, 나와 아내와 딸은 산후조리원에 들어가서 휴식을 취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다이슨 이직이 확정되었고, 나는 어려운 메일을 상무님께 써야만 했다.
사무실로 복귀한 나는 상무님과 1:1을 하게 되었고.
어떻게 해주면 남을 거냐는 질문에, 긍정적인 대답을 드리지 못해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려야만 했다.
Dyson의 Head of SCM 분과 필립스의 Head of SCM 상무님은 두 분 모두 전 직장에서 함께 일하셨던 동료 셨기에, 상무님은 내 Hiring Manager 가 누구인지 알고 있었고, 그분께 전화해서 못 데려간다고 말해야겠다고 하셨으나, 결국은 내 이직을 축하하며 웃으며 보내주셨다. (상무님과는 수 년후, 쿠팡에서 서로 다른 팀으로 만나 뵙게 된다. 그 이전/이후로도 종종 만나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좋은 선배님으로 남아계신다.)
이직이 확정되고 회사 내에 어느 정도 알려진 후 내가 가장 많이 들은 말.
"1년 넘게 힘들게 프로젝트한 거 이제야 겨우 안정화되었는데, 왜 이직하는 거예요?"
그 당시에 나는 Dyson 면접 과정에서 한 말을 똑같이 반복해서 대답했지만, 진짜 대답은 내가 퇴사한 후, 내 친한 동료였던 분이 나를 대신해 - 어쩌면 그 당시 나도 모르고 있던 내 속마음을 - 대답해 주었다.
"안정화되니까 이직하는 거야. 지루하니까. 또 새로운 거 하려고."
...
1년 넘게 프로젝트한 게 뭐였냐고?
내가 필립스에 입사하자마자 진행해야 했던 프로젝트는 필립스의 3PL 업체를 비딩을 통해 다른 회사로 바꾸면서 창고 이전을 하는 거였다.
약 1년간 진행된 프로젝트였고,
이 과정에서 수 없이 많은 야근이 이어졌다.
가장 큰 문제는 창고 이전 후에 터져 나왔고, 이로 인해 운영이 약 한 달간 원활하게 되지 못했었다. (여기에 대해서는 나중에 다른 글로 다시 언급할 예정이다)
경기도 이천 창고 현장에서 거의 한 달간 상주하며 새벽에 잠실 집으로 퇴근하고 아침 일찍 다시 이천 창고로 출근을 반복했던 나는 - 현장의 문제 확인 및 해결 + APAC 리더십으로의 보고와 미팅 + 서울 오피스 팀의 각종 문의와 요청으로 인해, 1분마다 메일이 2~3개씩 쌓여가는 걸 보고 있었고, 어느 시점인가는 읽지 않은 메일이 500개가 넘는 상황에 다다르게 되었다.
필립스 직원 전체에 메일을 쓰면서 - 왜 이런 상황이 발생했고, 어떻게 해결을 하려 하고 있으며, 언제쯤 해결이 될 것 같다는 설명과 함께, 중복되는 요청과 메일을 자제해 주면 보다 업무에 집중해서 빠르게 원상 복귀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절절한 내용의 장문의 메일을 보냈다.
그리고 새벽에 집에 가며 와이프에게 전화해서 한 마디.
"우리 이민 갈까...?"
그만큼 힘들었다.
기진맥진해서 토하고, 수액 맞고 살아나고.
사무실에 잠깐 돌아왔을 때 휘청 하면서 쓰러질 뻔하고.
그런데 그만큼 힘들었던 프로젝트가 끝나고 안정화되자, 나는 다시 새로운 도전을 찾아 아직을 하려는 모양새였다.
아참.
창고 운영을 안정화시키고 사무실로 복귀한 날.
내 자리에는 동료들이 준 많은 응원의 흔적이 쌓여있었다.
그리고 전사 회의 때 다시 한번 고생했다는 말과 함께 동료들의 응원과 박수를.
그래. 이런 게 동료고. 내가 함께하고 싶은 사람들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