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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상민 Aug 31. 2024

100번의 이력서 60번의 면접 Part I

호주 어학연수를 다녀온 후, 학교 취업 프로그램에 등록해서 '외국계 기업'을 목표로 취업 준비를 시작했다.

물론, '외국계 기업'을 목표로 했지만, 다른 국내기업 역시 남들이 지원하는 곳은 모두 서류를 제출하면서 남들과 다름없는 취업 시즌을 보내고 있었다.


다른 점이 있다면, 국내기업은 단 하나의 예외 없이 전부 서류에서 탈락했다는 것.

국대대기업, 중견기업, 금융권, 공공기관/공기업 - 어느 곳 하나 서류가 통과했다는 연락을 받지 못했다. 


친구들과 비교했을 때, 당시 나의 스펙은,

- 건국대학교 국어국문학과 단일전공 (학점도 3점 중반으로, 문과에서는 하위였다.)

- 군대 면제 (갑상선 관련 질병으로 인해 군대가 면제였다.)

- 자격증 X (MOS와 운전면허증은 가지고 있지만 언급하지 말자...)

- 각종 동아리 회장 혹은 창립자 (외향적으로 잘 놀았구나.)

- 대내외 활동 (영화제 인턴, 네덜란드 대학생들 투어가이드)

-.. 그리고 영어 (아마도 유일한 장점이었겠지만, 다른 사람은 영어'도' 잘하는 것이었고, 난 영어'만' 잘하는 것이었다.)


쉽게 말해, 회사 채용 사이트의 정해진 포맷에 내 이력을 입력한 후, 다른 사람 이력과 비교해서 스크리닝을 한다고 가정했을 때, 이력서가 사이를 뚫고 올라갈 확률은 0에 가까웠고, 실제로도 0이었다. 

번이나 떨어졌는지 굳이 필요도 없을 만큼, 지원하는 족족 탈락이었다.


아주 간혹 인턴 포지션에 합격하는 경우가 있었고 - 국내 자동차 대기업 인도법인 인턴 (인턴 월급으로 인도에서의 생활비를 감당해야 했다), 게임 회사 홍보팀 인턴, 홍보 대행사 인턴 - 입사를 고민했지만, 외국계가 아니라거나, 혹은 정규직이 아니라거나, 혹은 인턴 월급이 너무 작다거나 하는 등의 다양한 이유로 최종 입사를 하진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알지 못하는 번호로 온 전화를 받은 나는, 짧은 통성명과 함께 다짜고짜 영어로 전화 인터뷰를 진행하게 되었다. 내가 지원했던 외국계 기업의 마케팅 리서치 인턴 포지션의 전화 인터뷰였던 것이었다.

수십 개의 회사를 지원해 놓은 상태였음에도 불구하고, 다행히 어떤 회사인지는 기억해 낼 수 있었고, 준비 없이 진행했던 전화 인터뷰는 무사히 통과했는지, 면접에 참석할 수 있었다. 


처음으로 서류 전형을 합격한 '외국계' (인턴이라는 것과 인턴 월급이 어마무시하게 적다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았다) - 내가 그렇게나 원하던 외국계 회사였기에 기대가 컸지만, 결과는 탈락.


씁쓸하게 다시 취업 준비 모임으로 돌아와 다시 시작했다.


... 그리고 3개월 뒤...


같은 번호로 다시 전화가 왔고, 면접에 다시 한번 참석할 의향이 있는지를 물었고, 당연히 나는 면접에 참석했다. 그리고 이번엔 면접이 끝나고 돌아가는 길에 바로 합격 전화.


알고 보니, 첫 인터뷰에서 합격했던 친구는 3개월 인턴을 끝낸 후, 외국계 금융사로 정규직 합격해서 떠났고,

당시 면접 때 인상이 좋았던 나를 바로 불러서 면접을 진행하고 합격시킨 것이었다.


이렇게 내 첫 외국계 기업 (인턴이지만) 커리어가 시작되었고. 

삼성역에 있는 회사에 출근하는 날. 


지하철이 싫다며 호기롭게 버스로 출근하려 했던 난, 잠실역-삼성역 사이의 교통체증에 시달리며 첫날부터 20분 시작을 하고 말았다...


"상민 씨, 첫 출근부터 지각이에요?"

".. 죄송합니다.. 생각보다 차가 많이 막혀서요..." 


어쨌거나 첫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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