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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상민 Sep 04. 2024

100번의 이력서 60번의 면접 Part II

내가 인턴으로 입사한 외국계 기업은 IT 관련 콘퍼런스를 기획/섭외/진행하는 회사였다.

그 안에서의 내 역할은 Marketing Research라는 인턴십으로, 회사에서 기획한 콘퍼런스에 참석할 만한 회사의 특정 팀의 팀장급을 찾아서, 회사/콘퍼런스 소개, 콘퍼런스 관련 자료를 그 사람의 이메일에 보내는 것 까지였다. 


예를 들면, 당시에 처음 콘셉트가 도입되기 시작했던 클라우드 서비스 (지금은 너무나도 자연스러운 개념이지만, 당시에는 이게 보안 측면에서 과연 안전한가에 대한 IT 전문가들의 의구심이 있었다)에 대해 소개하고, 관련 전문가들이 발표자로 참석해서 진행하는 콘퍼런스가 기획이 되었다면, 나는 그 콘퍼런스에 관심을 가질만한 회사를 찾고, 그 회사의 홈페이지에 들어가 IT 팀장쯤 되는 팀의 연락처를 찾아서, 그쪽에 전화를 한 후, 꽤나 전문성이 느껴지는 말투로 회사와 콘퍼런스를 소개한 후, 매우 자연스러운 느낌으로, 관심 있으시면 메일로 디테일한 내용 보내드릴게요라고 말한 후 이메일을 받아 보내는 것 까지였다.


더 쉽게 말하면, 초기 모드의 콜드 콜링. 바로 그것이었다.


많은 경우 당사자에게 닿지도 못한 채로, 흔히 말하는 입구컷을 당했고, 간혹 참석하는데 필요한 입장권을 물어보고 너무 비싸다는 이유로 바로 거부하는 사람도 있었고, 때로는 스팸 전화 취급받으며 몇 마디 하기도 전에 상대방에서 전화를 끊는 경우도 많았다. 


재미가 있었느냐고 한다면 전혀.

간혹 긴장해서 어버버 하면서 말을 더듬으며 소개하는 도중, 갑자기 전화가 끊기는 것을 경험하면 자존심도 상하고 내가 왜 이걸 하고 있어야 하는지 현타가 오기도 했다.


하지만, 유일하게 재미있던 부분은 그렇게 기획된 콘퍼런스에 보조 요원으로 참석해서, 

참석자와 발표 연사들의 입장 가이드를 하면서 듣게 되는 그 사람들의 이야기. 그리고 프레젠테이션 방법 등이었다.

발표자들은 당연히 유명한 회사의 유명하신 분들이었고 - 한국인 혹은 외국인 - 이 분들은 충분한 경험과 인사이트를 가진 분들이었다. 그러나 누군가는 그저 들고 온 종이만 쳐다보면서 읽어대는 수준이었고, 누군가는 참석자들과 소통하며 그들의 관심과 시선을 사로잡는 프레젠테이션도 있었다.


이때의 경험은, 향후 내 커리어에서 지속적으로 강점으로 어필할 수 있었던 '효과적인 프레젠테이션'에 관심을 갖게 되는 시작점이 되었고, 내 첫 인턴쉽에서 가져갈 수 있었던 가장 큰 자산이었다.


약 3개월 동안 여러 개의 콘퍼런스를 이런 식으로 흘려보내며,

내 첫 번째 인턴쉽이 끝나가고 있었다.

콘퍼런스 당일 기념 사진 한 장

실수가 없었냐고?

그럴 리가.


이런 콘퍼런스가 기획되면, 당연히 거기에는 좌석배치도가 필요하다. 

특히 발표자들이 참석자들과 원탁에 앉아서 식사 혹은 커피를 마시며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시간이 매우 중요한데, 간혹 외국인 발표자 혹은 참석자들이 있어서 국/영문으로 좌석배치도를 부착해놓아야 하는 경우가 있다.


콘퍼런스 당일.

나는 'Sitting Plan'이라고 A4 용지에 멋지게 출력한 후, 높으신 분들이 오는 콘퍼런스 입구에 떡하니 부착해 놓았고, 몇 시간 뒤에 우연히 그걸 발견한 회사 대표님은, 노발대발하시며 바로 떼버렸다.

"이거 누가 뽑았어?? Sitting Plan 이 뭐야 쪽팔리게! Seating Plan이지!'


... 나 분명히 영어 잘하는데.. 그래 실수할 수도 있지.


이런저런 실수도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3개월이 끝날 무렵, 난 6개월 계약직 후 정규직 전환으로 제안을 받았다.


감사한 제안이었지만,

왠지 나은, 혹은 내게 적합한 자리가 것이라고 믿으며, 제안을 공손히 거절했다.

대신 다음 취업에 도움이 되도록 추천서를 받을 수 있었고, 이를 바탕으로 내 다음 목적지는 좋은 외국계 기업의 정규직 자리일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 그때는 몰랐다.

이렇게 시작한 커리어가, 1년 6개월 동안 인턴쉽만 3개, 100여 번의 이력서 제출, 60여 번의 면접과 탈락으로 이어지게 될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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