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gram Management → Product Management
쿠팡에서의 내 직무는 PM이었고,
더파운더즈에서의 내 직무는 COO Staff이지만, 업무의 70% 정도는 PM 업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 두 단어 사이에는 거대한 강이 흐른다. 쿠팡의 PM이 정해진 목표를 향해 거대한 리소스를 조율하는 '프로그램 매니지먼트'였다면, 지금의 나는 제품의 본질과 사용자 경험을 밑바닥부터 설계해야 하는 '프로덕트 매니지먼트'의 영역에 서 있기 때문이다.
열등감이 사라진 자리에 호기심이 채운 것 에서도 간단히 언급했지만,
부족한 테크 지식, 프로덕트 개발 능력을 보완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지만, 하지만 현실은 여전히 냉정하다.
현장의 워크플로우를 표면적으로만 이해한 채 솔루션을 런칭했다가, 처참하게 낮은 사용률을 보며 자책하기도 했고,
실패를 반복하지 않으려 실무를 깊게 파고들어 완벽하게 준비한 순간, 이미 기존 워크플로우가 변해버려 공든 탑이 무너지는 경험도 했다.
다급한 마음으로 그리고 실패확률을 줄여가기 위해, 나는 내가 가장 잘하는 기본으로 돌아가게 되었다.
1. 모르는 건 모른다고 하기 : 이해가 될 때까지 묻는 용기
현재 우리는 다양한 외부 파트너사와 협력하며 전사 데이터베이스부터 ERP 수준의 솔루션까지 개발하고 있다. 전문적인 용어가 오가는 논의 현장에서 나는 자주 흐름을 끊는다.
"죄송합니다. 다른 분들께는 익숙한 단어겠지만, 저는 그 의미를 잘 모릅니다. 다시 한번 설명해 주실 수 있을까요?"
누군가는 파트너사에게 주도권을 빼앗기는 일이라 걱정할지도 모르지만 내 생각은 조금 다르다. 모호한 이해는 반드시 잘못된 의사결정으로 이어진다. 내가 이해될 때까지 묻고, 그 내용을 다른 전문가 - 나의 경우는 과고 동료, 다른 프로젝트의 파트너 개발자, 비슷한 고민을 했던 해외 개발자 커뮤니티 - 에게 교차 검증하며 상반된 정보를 조정해 나가는 과정. 그 질문이야말로 프로젝트의 주도권을 지키는 가장 강력한 도구가 아닐까라는 생각을 한다.
2. 뛰어난 주변인에게 조언 구하기
아래는 내가 쿠팡에서 근무하던 당시 PO 팀의 Senior Director로 근무하던 아마존 출신의 디렉터에게 최근에 보낸 메시지의 일부다.
"...I'm not from tech. I can't write code, I don't have deep knowledge of API, database, etc. To fill the knowledge gap, I took more than 20 online courses... If you were my boss or mentor - what kind of advice would you give me?"
또한, 함께 협업하는 엑싯(Exit) 경험이 있는 테크 창업가에게도 솔직한 피드백을 구했다.
"오늘 미팅이 끝나고 보니, 이게 고객향 프로덕트였다면 저는 실격이네요. 사용하지 않을 프로덕트를 만들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원인은 이러이러한 것 같은데, 전문가님이 보시기에 제게 주실 피드백은 무엇인가요?"
3. 끈기를 가지고 될 때까지 시도해 보기
최근 유행하는 '바이브 코딩'을 시도하며 좌절도 많았다. '현업에 쓸만한 결과물은 안 나올 거야'라며 스스로 한계를 긋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엔 달랐다. 회사 전체에 데이터가 흐르게 하겠다는 목표를 시각적으로 먼저 보여주고 싶었다.
토요일 저녁 6시. 노트북을 펴고 'Cursor'를 설치했다. 평일의 미팅과 업무에서는 불가능했던 나만의 테스트 시간 (물론, 내 앞에서는 8살 딸과 딸의 친구가 역할놀이에 한창이었다). 과거라면 에러 메시지 한 줄에 포기했겠지만, 지난 몇 달간 쌓아온 노력들이 나를 도왔다. 낯선 단어들이 아주 조금씩 의미로 다가오기 시작했다.
막히면 최근에 구입한 책 ("요즘 개발자를 위한 시스템 설계수업")을 뒤적이고, 에러 메시지를 직접 이해해 보려고도, 다른 곳에 물어보며 시도했던 3시간 가량의 작업 끝에, 생애 처음으로 내 손으로 직접 만든 데이터베이스 대시보드가 화면에 떴다.
여정의 이유 : Comfort 존에서 Growth 존으로
Program Management에서 Product Management로.
오래도록 해왔고 잘 아는 분야에서, 잘 모르지만 큰 관심을 가지고 있던 분야로.
안정적으로 성과를 낼 수 있는 분야에서, 많은 노력을 통해서만 가까스로 성과를 낼 수 있을 것 같은 분야로.
결국,
Comfort 존에서 Growth 존으로.
결과가 보장되지 않은 도전이지만, 어려움을 마주치고, 그 어려움을 넘어설 수 있는 고민을 하는 이 여정이 흥미로운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