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라는대로

by leaves

3박 4일의 짧은 일정이지만 우리는 도시를 탈출하여 제주도를 가기로 했다. 제주도에 갈때마다 나와 아이 뿐 아니라 일행이 늘 있었는데 이번에는 과감하게 둘이 가보기로 했다. 따스한 동남아를 놔두고 제주를 고집한데는 아이때문이다. 그동안의 기억이 좋았던 나머지 아이는 늘 제주도에 가고 싶다는 이야기를 했다. 나 역시 동남아와는 다른 제주도만의 매력이 있다는 생각이 든다. 날씨가 가장 적당할 때는 5-6월이나 9-10월일테지만 방학을 이용해야 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추운 겨울에 가게 되었다. 지난 번 아이 친구와 함께한 일정은 사실 무척 타이트한 것이었다. 이틀안에 티켓 안에 있는 곳곳을 둘러보는 일정으로 말과 양 같은 동물이 있는 곳에서 먹이주기 체험과 박물관과 워터쇼 그리고 곳곳의 카페를 둘러 보도록 패스를 끊어서 다녔다. 차를 렌트해서 다니니 바쁜 일정이었지만 다양하게 구경할 수 있었다. 여럿이 관광하는 식으로 다닌 것이다. 이번에는 사춘기를 심하게 겪고 있는 아이가 몸도 마음도 쉴 수 있도록 몇군데만 들러 힐링을 하려고 한다. 협재 해수욕장, 제주 곶자왈이나 호텔 수영장, 사려니숲 그리고 지난 번에 갔던 말라뮤트가 있는 숙소에서 동물을 좋아하는 아이가 실컷 놀 수 있는 시간을 주고 싶다. 일정을 짜고 보니 예전에 갔던 곳들 중 괜챃았던 곳이라 낯설지 않아서 좋은 것 같다. 둘이 가는데 너무 모르는 곳을 가는 것도 부담이 될테니 말이다. 되도록 버스를 이용하려고 하는데 그렇게 현지인처럼 다니다보면 왠지 모를 자신감과 성취감이 든다. 렌터카를 빌릴 때랑 다르게 코스를 찾아서 버스를 갈아타고 목적지에 닿으면 괜히 뿌듯하다. 아이도 엄마의 그런 모습이 멋지다고 칭찬해 주었다.

날씨를 보니 그리 춥지는 않을 것 같은데 그래도 지난 번에 갔을 때 너무 추웠던 기억이 있어서 이번에는 좀 더 따뜻하게 하고 가야겠다. 일정을 짜다보니 제주도를 바깥에서 한바퀴 완전하게 도는 코스가 되었다. 혹시 실수가 있을까 싶어 약간 긴장. 단 둘이 가는 여행이니 서로를 의지할 수 밖에... 과연 의지가 될까. ㅋ 아직 여행준비를 하는데 아이가 도와주기를 바라는데 너무 무리인걸까. 아이는 그저 학원에 안간다는 사실만으로 행복해 보인다. 왜 갑자기 제주도냐고 묻기도 한다. 본인이 그렇게 노래를 불렀으면서... 바라는대로 이루어진다고 말해야할까. 누군가는 너의 바람을 듣고 있었단다. 아이는 한라산을 등반하는 건 어떠냐고 한다. 아이는 산을 잘타는 편이다. 체력이 약한데 아빠와 새벽에 집 앞 산을 오르곤 했다. 난 올레길이라면 모를까 산을 타는 것은 사양이다. 예전에 젊을 때 어떻게 산을 올랐나 싶다. 그때는 무슨 의무감처럼 일년에 한두번은 산 정상을 올랐다. 지금은 집앞 오르막이나 육교도 버겁다. 운동을 하는데도 그건 잘 안된다. 아직 근육이 없는 것인지.

부디 날씨가 따뜻하길... 다음엔 여름에 가서 바다수영을 하고 싶다. 바다수영을 한지도 오래. 뜨거운 여름날, 음료를 마시며 수영을 한다면 바랄게 없겠지?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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