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독서모임 번개가 있어서 빗 속을 뚫고 다녀왔다. 다름 아니라 독서모임을 할 장소 등 안양시에서 지원해 주는 제도가 있다고 해서 관련 서류를 작성하는 일이었다. 우선 모임을 주도하는 경력있는 강사가 필요하다고 해서 그림책 테라피 선생님께 말씀드렸더니 흔쾌히 수락해 주셔서 일이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그간 어떤 활동을 해왔고 어떤 활동을 할 것인지 머리를 싸매고 기록해 갔다. 모임명을 제안하라고 해서 봄비 사이로 북클럽은 어떠냐고 했더니 다들 반색. 역시 광고출신이라며 추켜세워 주었다. 봄비는 사실 그림책 테라피선생님의 닉네임이다. 그 이름이 마음에 들어 살을 덧붙여 만들어 보았다. 다들 만족하는 분위기여서 나도 뭔가 하나 해낸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나에게 떨어진 또 하나의 숙제는 그림책을 추천하는 일이다. 그간 수업을 받으면서 알게된 그림책을 풀어보란다. 사실 오늘도 테라피 시연 수업이 있다. 밤에 줌으로 테라피 지도 선생님이 테라피할만한 아이템을 만들어 그림책과 함께 소개해 주는 것이다. 새로운 그림책을 알 수 있고 그대로 테라피에 활용하는 것도 가능해 매 수업마다 듣고 있다. 그간 수필에 향해 있던 시선을 그림책으로 돌릴 기회가 된 것 같아 추천할만한 그림책을 적어보고 있다. 내일은 그림책을 빌리러 도서관에 가야겠다. 내일은 수필 모임이고 다음 주는 독서모임인데 아직 책을 구하지 못했다. 최은영 작가의 <밝은 밤>을 하기로 해서 도서관에서 빌리려고 하는데 왠걸 모두 대출 중이다. 내용이 슬프다고 해서 사실 좀 저어 되긴 하지만 내가 추천해 준 책이 사악했던 만큼 나도 받아들여야 겠다고 생각한다. 오늘 그림책 테라피 테마는 지친 이들을 위한 것이다. 정말 필요한 테라피가 아닌가 한다. 우리 자신도 알지못하는 사이 지쳐있을때 무엇으로 털어낼지 알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오늘의 그림책이 기대가 된다. 그간 이런 저런 그림책을 봐왔지만 요즘 내 취향은 철학적인 요소가 있는 책이다. 그림책만의 위트로 어려운 철학을 해석해내고 표현해 내는 것을 볼때 이거다 라는 생각이 든다. 마치 내가 수필을 쓰면서 스토아 학파가 나와 가깝다는 것을 알게 되는 것처럼 그림책을 읽다가 나와 철학이 맞는 것을 찾는 재미가 있다. 물론 여운이 남는 책도 좋아한다. 만약 자연으로 글을 쓴다고 했을때 결과적으로 자연이 주는 감동이 있어야 글이 완성미가 있지 않은가 한다. 그저 자연에 대해 읊기만 하고 더 이상 감정을 건드리지 않을때 뭔가 부족한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겉으로보기에 감정이 없어보이는 자연에게서 어떻게 감동을 이끌어낼지는 아직 모르겠다. 하지만 자연이 주는 지혜는 분명 감동으로 다가올 수도 있다. 2월달에는 한군데 공모전에 출품했고 책 기획안도 지원사업에 신청했다. 수필선생님은 꾸준히 해야한다고 말씀하신다. 선생님이 주신 책을 읽으니 고향에 온 것 같이 편안했다. 아마도 이곳 수필모임에 익숙해진 탓일 것이다. 누구에게 배웠느냐도 그래서 중요해 보인다. 선생님은 역사서도 많이 쓰시고 수필집도 많이 내셨다. 나도 뭔가 연구할만한 주제가 있으면 좋겠다. 그게 자연이든 그림책이든 또다른 것이든. 그것이 나의 업인 것처럼 쓸 수 있다면 보람이 있을 것 같다. 아직 깨달아야 할 것이 너무 많다. 나이를 헛먹은 건 아닌지. 나는 도대체 내 나이가 몇살이라고 생각하는지. 가끔 나도 헷갈린다. 글은 나를 젊게 만든다. 글을 쓰는 사람이 되었다는게 마치 행운을 얻은 것 같은 기분이다. 글쓰기는 여전히 어렵지만 나의 생각과 나의 존재가 흩어지려 할때마다 글로 남기면 내가 누구인지 분명해지는 기분이다.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을 정리하며 살까.
나는 어떻게 글 쓰는 사람이 되었을까. 새삼 나 자신에게 묻는다. 나에게 글이란 무엇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