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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책일기

by leaves

햇살이 없는 흐린 날이지만 산책하기는 좋은 것 같다. 흐린 날은 왠지 내 내면을 들여다 보기 좋은 날 같다. 덥지도 춥지도 않은 날씨가 마음에 든다. 꽃향기가 나는 듯 다양한 꽃들이 피어있는 길 사이로 한발한발 걸어본다. 그 이름을 모를때보다 이름을 알고 나니 더 친근해진 느낌이다. 그렇게 강가를 걸으며 꽃구경을 하다보면 어느새 길이 끝나 있다. 나는 중년이후가 좋다더니 정말 그런 것 같다. 내 젊은 날은 왜 그리 힘들었는지. 성공과 행복을 구분하지 못한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뭔가를 잘해야 한다는 생각은 나를 힘들게만 했고 마치 누가 내가 일등이라고 말해주길 바랬던 것처럼 나는 무모하게 열심히 살았다. 그 열심히 라는게 뒤돌아보니 어리석은 짓이었다. 내 마음의 평화없이 나는 무엇을 향해 열심히 살았던 걸까. 미사를 보다보면 평화라는 말이 아주 많이 나온다. 주님께서 너희에게 평화가 있기를 바라시고 서로 평화를 기원해 주는 인사를 한다. 어릴적부터 외웠을 그 문구들을 나는 잊었던 걸까. 아니면 평화가 중요하다는 걸 아무도 이야기해주지 않았던 걸까. 아직도 내 주변 많은 사람들에게서 자신의 하루를 마음에 들어하지 않는 이들을 많이 본다. 그때문에 타인에게 부정적인 말을 내뱉고 누구보다 누릴 것을 누리면서도 만족하지 못하는 것이다. 내가 만족하지 못하는 부분은 내 자신에게 있다. 아직도 열심히 병을 고치지 못해 하루 종일 알차게 보내야 한다는 숙제 같은 것을 안고 사는 것 같다. 매 시간별로 자신의 시간을 아껴쓰는 이들에 비하면 나는 대책없는 사람일지도 모른다. 그래도 그림책테라피 준비를 해두고 수필도 한편 써두었다. 아주 최소한의 것만 하는 나. 괜찮은 것인지. 잘 모르겠다. 하지만 분명한 건 내 마음이 편하도록 내버려두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제는 무엇이든 억지로 많이 하는 것이 잘못된 것이었다는 생각이 있다. 사람들이 보기엔 나도 실행력이 갑인 사람으로 불린다. 하지만 아직도 나는 사실 만족하지 못한다. 뭔가 내 삶의 의미가 있기를 .... 효율적으로 하루를 살기를 바라는가보다. 가끔 동시성이 도움이 된다. 내가 잘 가고 있다는 것을 좋은 몫을 택했다는 것을 알려주는 것 같다. 그 외에 선택에 대한 책임은 내게 있다. 난 아직 어린애처럼 누가 결정해주길 바라는 것도 있다. 내가 감당할 수 있는 것인지 가늠해 보고자 할 때가 있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과연 내가 내 미래를 감당할 수 있을까. 후회하지 않을 수 있을까. 스스로에게 무한반복 질문을 던진다. 결국 닥쳐봐야 한다는 것이 결론이다. 지금은 알 수 없다. 내 상상은 한계가 있고 너무 부정적인 결론이 날때도 있다. 많이 살았다고 생각하는데 아직 모르는게 많다. 내가 현명한 선택을 하기를... 내 선택이 맞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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