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시 쯤 산책길에 나섰더니 해가 뜨거웠다. 얼마전에 깔은 듯한 아스팔트에 신발이 녹아내리는 것 같았다. 그래도 바람이 불어왔다. 전보다는 열기가 있었지만 그래도 바람이 더위를 식혀 주었다. 강가는 오늘따라 조용했다. 강물이 말라 한눈에 보기에도 물이 너무 없었다. 팔뚝만한 잉어들이 헤엄칠 공간도 없을 듯 했다. 이럴 때 과연 인간이 도움을 줄 수 있을까. 말라가는 강을 보고 있어야 하나. 인간이 할 수 있는 일은 한계가 많다. 온난화로 육지가 사라지는 곳이 많아질 거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 역시 우리가 어떻게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아마 그 전에 변화의 움직임이 있었다면 좀 달라졌을지도 모르지만 2년 내에 큰 변화가 생길 거라고 하니 두려운게 사실이다. 이를 막기 위해 빌 게이츠 등 거부 들이 노력을 하고 있다고 하니 다행스럽다. 요즘은 산책길에서 성가를 보르게 된다. 귓가에 남는 성가들이 있다. 평화를 바라는 마음으로 부르지만 때로 어두운 기억이 침범하곤한다. 언제부터인가 눈물을 흘리지 않게 되었다. 내가 너무 메말랐나. 아니면 감정을 회피하는 걸까. 어두운 나의 과거의 기억이 모두 지워지기만을 바란다. 하지만 그러려면 직면해야 하는 순간이 있다. 그때 무너질까봐 너무 조심스럽다. 만약 정말 다중우주가 있다면 어딘가 다른 곳에서는 슬픔없는 삶을 사는 내가 있었으면 좋겠다. 그럼 좀 위안이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