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 테라피 회원 중에 플로리스트가 직업인 멜리아라는 이름의 회원이 있다. 그녀의 제안으로 테라피 회원 몇명이서 양재동 꽃시장엘 다녀왔다. 처음 발을 딛는 순간부터 그 어떤 향수보다 좋은 향기가 온몸을 휘감았다. 우린 모두 마법에 걸린 듯 홀려서 꽃시장을 누비고 다녔다. 각자 마음에 드는 꽃이 모두 다르다는 것을 알았고 집 앞 꽃집보다 열배는 더 싸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처음 눈에 띄여 산 꽃이 장미라는 걸 몰랐다. 레넌큘러스 같기도 했다. 그런데 아모르 라는 종의 장미였다. 그리고 유칼립투스와 개망초 비슷한 꽃을 사고 멜리아의 권유로 수국도 샀다. 평소에 수국을 좋아하지만 값이 비싸 주저했는데 커다란 꽃 한송이에 4천원이라는 걸 알고 망설임없이 사버렸다. 꽃이름을 아는 것도 즐거움 중 하나였고 이름을 모르는 꽃은 들꽃 같은 것들이 많았다. 우린 모두 설레고 행복해져 오래고 그곳에 남고 싶었지만 꽃시장이 12시에 문을 닫는다고 하여 황급히 꽃을 사고 약속장소에 가서 소분하여 각자의 꽃다발을 만들었다. 화병도 너무 싸서 세개나 사버렸는데 집에 오니 한개 더 살걸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민애 교수님께도 드리고 싶은데 다음 주 수업이 없는 날이라 아쉬웠다. 꽃의 시인을 아버지로 둔 교수님께 정말 드리고 싶은데 말이다. 멜리아도 그 생각을 했다고 한다. 여튼 아쉽다. 멜리아를 비롯한 회원들은 내가 이렇게 행복해 보이고 웃음을 보이는 일을 본 적이 없다고 한다. 물론 내가 꽃을 좋아하지만 사람이라면 모두 꽃을 좋아하지 않나? 당연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꽃다발을 만들면서도 멜리아는 자꾸 나에게 "행복하지?" 라고 물었다. 왜냐하면 내가 너무 행복해 보였기 때문이라나. 그렇구나. 나는 정말 꽃을 좋아하는 구나. 새삼 그런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꽃이 너무 비쌌다면 이렇게 까지 무장해제되지는 않았을 텐데 커다란 화병 두 개와 작은 화병 두개에 나눠 담을 만큼 많은 꽃을 샀는데 2만원 정도라니. 멜리아는 아무나 이곳을 가르쳐 주지 않는다며 다른 사람에게 말하지 말라고 한다. 전문가인 만큼 상인들이 그녀를 모두 알아보았다. 오랜만에 왔다고 하는 곳도 있었고 꽃을 더 얹져 주기도 했다. 꽃다발을 다 만들고 집으로 향하면서 그림책테라피 선생님과 정말 힐링된다며 종종 기회를 만들어야 겠다는 이야기를 했다. 사람으로 받은 상처를 꽃이 치유해 주는 가보다. 집에서 가까운 거리는 아니지만 전혀 멀게 느껴지지 않았다. 이 세상에 나를 치유해 줄 수 있는 것들이 존재한다는 것에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나는 꽃에게 아무것도 해주지 않았지만 그럼에도 나를 행복하게 만들어 주는 것. 꽃 자체가 사랑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꽃은 기적이자 행복 그 자체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