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수 산문집 <지지 않는다는 말>에서는 폭설에 고립되는 상황을 동경하는 작가의 열망이 나온다. 폭우가 내리붓는 날 다가올 겨울을 상상하게 된다. 눈을 좋아하는, 눈에 미치는 사람들이 있다. 에세이집을 읽으면서 생각보다 많은 이들이 그렇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나는 눈과 비 둘 다를 좋아한다. 지구에 있는 물의 형태는 아름답다. 또로록하고 창문에 부딪히는 소리와 쏴하고 내리부을때의 선명한 소리. 빗소리에 창문을 열게 되고 눈은 그 서늘한 느낌으로 눈이 왔다는 걸 눈치채곤 한다. 언제부턴가 습기 찬 날이 되면 테라피 사람들은 나에게 묻는다. 습기의 힘이 발휘되는 날인가요? 예전에 독서토론회를 할 때 내가 습기의 힘을 믿는다고 말한 적이 있었는데 그게 신선하게 느껴졌던지 다들 기억하고 있었다. 하루종일 컴퓨터 앞에 있는 직업이다보니 그 열기가 계속해서 나에게 전달이 되고 나의 몸에 있는 습기가 수증기처럼 날아가 메마른 것같은 느낌이 들때가 있다. 그럴때면 떠나야겠다는 결심이 선다. 수영장이나 바닷가 아니 근처 강가라도 좋다. 나는 자연이 주는 습기를 충천하고 다시 맑아진 상태가 된다.(왠지 삼체의 외계인 같음)
비가 오면 집에서 할 수 있는 최고의 상태를 유지하려고 아이디어를 짜 본다. 일단 맛있는 커피나 차를 들고 책 한권과 함께 책상에 앉는다. 그러다 가만히만 있는 내가 답답해지면 다이어리 꾸미기를 하거나 글을 쓴다.
책상 위를 정리하거나 요리를 하기도 한다. 비가 오면 나는 사색적이 되어 그런 상태를 유지할 수 있는 일을 찾아낸다. 장마처럼 비가 계속되면 다운되는 기분을 막을 수 없다. 햇볕을 보지 못한다는 것이 나의 기분을 결정한다는 게 신기할 때가 있다. 햇볕이 기적을 일으키는 일은 식물을 보면 아주 쉽게 알 수 있다. 내가 키우는 화분들은 모두 태양을 향해 가지를 뻗는다. 여름에는 흙이 메마르는 것이 순식간. 타죽지 않도록 자주 물을 줘야 한다. 나에게 물이란 무엇일까. 햇볕은 무얼 의미할까. 서로를 성장시키고 돌봐주는 것. 자연은 그렇게 태어났다. 난 역시 스토아 학파인가봐. ㅋㅋ 습기의 힘에 대한 수필을 한편 써야 겠다. '물'에 대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