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사랑에 빠지다

by leaves

드디어 내가 사랑하는 가을이 왔다. 아직 태양볕은 뜨겁지만 견딜만 하고 바람은 시원해서 아무곳이나 거닐고 싶다. 집에서 가까운 안양천이 나의 주된 산책로이다. 지금은 여름동안 자란 풀들이 무성해 내 키만큼 자랐다. 짙은 풀내음이 내 가슴 속에 전해질때면 왠지 모를 안도감이 생긴다. 내가 안전한 곳에 있다는 느낌, 나를 반기는 존재에게 와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힘찬 강물소리는 내가 살아있음을 느끼게 한다. 이상하게 나는 물이 좋다. 그게 바닷가든 수영장이든 물이 많은 곳에 가면 몸의 긴장이 사라지고 행복감이 차오른다. 뭔가 신나는 일이 일어날 것만 같다. 올해는 휴가를 가지 못했다. 아이 방학이 너무 짧았고 가족들 모두 해야할 일이 있었다. 이번 여름은 유난히 습하고 더웠고 퍼붓는듯한 소나기가 자주 있었다. 비가 안올 것처럼 하던 하늘이 갑자기 어두워지면서 무방비의 나에게 비를 퍼부었다. 한번 그렇게 흠뻑 비를 맞은 후 늘 우산을 가지고 다녔다. 마치 숨바꼭질을 하는 것 같았다. 언제 찾아올지 모를 비를 가늠하는 것은 어려웠다. 여름 내내 산책이 가고 싶었다. 하지만 베란다에 나가는 것만으로도 숨이 막혔다. 그런대로 이번 여름을 별일없이 보낸 것 같다. 인생수업을 여러번 읽었다. 내일 있을 독서모임 때문이기도 하지만 이 나이가 되니 그 책이 주는 현명함이 나를 편안하게 했다. 처음 그 책을 알게 된 것이 몇년 전이었는데 또다시 읽어도 좋은 것 같다. 그 책의 내용 중 이번에 읽었을 때 눈에 들어온 말은 '최악의 상황에 직면할 때 우리는 더 많이 성장한다.'는 말이다. 별일없이 산다는게 쉽지 않은 인생. 나만 잘하면 되겠지 라는 생각으로 살아보지만 의외의 곳에서 문제가 발생하고 내가 잘못하지 않아도 인생이 어긋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럴 때마다 아무 일이 일어나지 않는 일상이 얼마나 감사한가를 되뇌이는 것 같다. 아침에 일어나 커피를 한잔하고 잠깐 일을 한후 산책을 하고 돌아와 집안일을 하고 아이를 챙기고 ... 이 당연한 것들 사이에 갑자기 고민거리가 생길 때가 있다. 왜 나에게 이런 일이 일어나는가 질문해 보지만 답이 없을 때가 많다. 그런데 알고보면 다들 그렇게 살고 있다는 것이다. 친척에게 사기를 당하고 동생이 갑자기 이혼을 하고 남편이 병에 걸리고. 이 모든 것을 미리 알고 통제할 수 있는 삶이 존재할까. 우리에겐 왜 이런 문제들이 등장하는가. 신은 더 큰 계획이 있다고 이 책에서는 말하고 있다. 우리는 그 의미를 깨달을 수도 있지만 깨닫지 못하고 생을 마칠 수도 있다. 다만 우리가 해야할 일은 그 가운데서도 지금의 행복을 찾으라는 것이다. 그리고 생이 끝났을 때 후회하지 말고 마지막 순간에 간절히 원하게 될 것을 지금하라는 것이다. 너무 당연해서 이미 알고 있는 것같지만 왜 이렇게 새롭게 느껴지는 걸까. 나는 그런 말이 존재한다는 것은 알았지만 스스로에게 질문해 보고 답을 찾지는 않았던 것 같다. 신은 말한다. '너는 너 자신과 다른 사람 간에 사랑을 주고 받았느냐.' 지나치게 동화적인 스토리를 꿈꾸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이 책은 그것은 진정한 사랑이 아니라고 한다. '사랑이란 자신과 잘 맞는 짝을 만나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는 모두 사랑하고 사랑받을 수 있습니다. 다른 사람의 곁에 있어 줄 수 있고 주위 사랑에 마음을 열 수도 있습니다. 사랑은 삶에 깉은 의미를 불어넣는 순수한 재료입니다. 사랑은 신과 신성함에 대한 경험입니다. 우리는 손을 뻗어 그것을 붙잡기만 하면 됩니다.' 지금 나는 사랑하고 있는가. 스스로에게 물어 보게 된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신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