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올해 초에 산 일기장을 다 채웠다. 그 일기장이 좋아서 이번에도 같은 것을 샀다. 표지 그림은 파도가 밀려오는 모습이 담겨 있고 내지는 모눈종이처럼 되어 있다. 언제부터인가 나는 파도가 좋아졌다. 서핑도 해보고 싶을 정도로 파도는 내게 너무 아름답게 보인다. 파도는 인생의 어려움으로 해석되기도 한다. 내 의지와 상관없이 나는 파도를 넘어야할 때가 많았다. 수없이 파도에 이끌려 해변으로 미끄러져왔고 다시 또 파도를 타게 되곤 했다. 그러면서 나 자신에 대해 알아가고 믿음이 생겨난 것 같다. 이제까지 신의 도움이 없었다고 한다면 틀린 말일 것이다. 올해도 나는 신이 나를 보호해 주고 있음을 내가 행복하기를 바라고 있음을 느끼게 해주는 일들이 많았다. 나는 내가 바라는 거의 모든 것을 이루었다. 그렇다고 해서 특별히 어떤 일상이 바뀌지는 않았지만 분명히 슬픔보다 기쁨이 많은 한 해였다. 내 안에 깊이 감추었던 것들을 드러내니 꽤 괜찮은 삶이 되었다. 사실 난 자신이 없었다. 분명히 목적지가 있는데 그곳에 가는 방법을 잃은 아이처럼 혼란스럽고 두려웠다. 꿈 속에서도 난 무언가를 잃어버리고 채 준비되지 않은 일들을 해야 했다. 그런 꿈들이 계속되다가 이건 진짜가 아니라는 것을 깨닫고 내가 힘들어 할 이유란 없다는 것을 인식한 채 꿈에서 깨어나는 일들이 생겨났다. 그래서 내 아침은 좀 달라졌다. 악몽에 시달리던 나는 그게 현실이 아니라는 것을 인식하면서 괴로워할 이유가 없다는 것을 확신하고 가벼운 마음으로 꿈에서 깨어났다. 과거의 내가 악몽같은 현실에 머물러 있었다면 이제는 현실이 천국과 같은 상태가 되고 꿈이 악몽인 뒤바뀐 상황이 된 것이다. 잠 드는게 두려웠던 나는 이제 꿈 속에서 나의 마음을 컨트롤 할 수 있는 힘을 가지게 되었다. 이쩌면 이 현실도 누군가의 꿈일 수 있다는 생각을 한다. 이제는 어떤 차원을 넘어 온 것 같다. 나는 내 앞에 펼쳐지는 현실이 여러 차원이라는 생각을 하곤한다. 내가 어떤 차원을 뛰어넘어 내 앞의 현실을 바꿀 수 있다고 믿는다. 그것은 한번에 이루어지지는 않지만 수없는 시도끝에 자신도 모르게 차원을 뛰어넘게 되는 것이다. 그건 SF영화와는 다르다. 갑자기 미래로 가버린다던가 그런 것은 아니다. 사람들이 나를 대하는 태도 내가 보는 티브이 속 드라마의 내용이 차원에 따라 달라 질 수 있다는 생각이 들때가 있다. 나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있는 지금의 현실이 좋다. 천국도 이보다 낫지 않을 것 같다. 일상에 지칠 때 쯤 미사를 볼 수 있는 주일이 찾아오고 깨달음을 얻고 싶어 성경공부를 한다. 글도 쓰고 그림도 그리며 할 일과 해야할 일을 해 가며 너무 힘들지 않게 하루를 보내고 싶다. 이제 억지로 하는 것은 못하겠다. 하기 싫은데 해야할 일이 있다는 것이 힘들때가 있다. 그래서 점점 그런 일을 줄이려고 한다. 이번 추석 때 너무 잘 쉬었고 가장 평온할 수 있는 경험을 한 것 같다. 책을 읽고 미술관엘 가고 산책을 하고 ... 나는 더 바랄게 없다. 그리고 다들 그렇게 살아가면서 행복하다고 느끼는게 아닐까. 나를 힘들게 하는 것은 나인셈이다. 나 자신을 좀 더 사랑하고 내가 진짜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가는 시간들이 되길 바란다. 나를 채찍질 하는게 아니라 내 영혼이 미소지을 수 있는 나머지 생이 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