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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cca Oct 28. 2024

도서관 예찬

도서관은 내 인생을 바꾸어 놓았다. 내가 초등학교 시절엔 폐쇄된 도서관이었기 때문에 책을 보고 고를 수 없었다. 도서카드만이 가득한 수납장에서 제목과 도서기호를 적으면 사서가 문틈 사이로 책을 빌려 주었다. 고등학교 시절 도서부였던 나는 교실 하나 크기만한 도서실에 자주 들르곤 했다. 세계문학전집부터 시집까지 도서실이라고 하기에도 작은 공간이었다. 그곳엔 독서실 의자가 비치되어 있어 혼자만의 공간에서 책을 읽을 수 있었다. 언젠가 여기 있는 책을 다 읽어 보리라 마음 먹었다. 그때만큼 책을 많이 읽었던 적은 없었던 것 같다. 그리고 다시 책을 가까이 하게 된 것은 아이가 태어난 후이다. 아이에게 읽어줄 그림책을 빌리러 이진아도서관이라는 곳에 닳도록 드나들었다. 아이들을 위한 문화강좌도 하고 온돌이 되는 어린이실에서 마음껏 그림책을 읽을 수 있었다. 그곳 도서관은 다른 도서관과 달리 무척 아름답게 지어져서 갈때마다 기분이 좋았다. 아이를 잘 키우고 싶어 육아서도 많이 읽었고 요리책이나 바느질책도 많이 빌려 보았다. 내 어릴때에 비하면 도서관에서 할 수 있는게 너무 많았다. 

남편의 이직으로 안양으로 이사를 왔다. 이사를 하는게 처음일 뿐 아니라 서울을 벗어나서 사는게 처음이라 어떤 기준으로 집을 골라야 할지 난감했다. 그때 나의 기준은 집과 아이가 다니는 학교가 가까웠으면 하는 것이었다. 그러다 집과 학교와 도서관이 붙어 있는 곳을 발견했다. 그리고 몇차례 주말마다 집을 보러 안양을 들렀다. 그 중 마음에 드는 집이 있어 새로운 보금자리로 삼게 되었다. 도서관은 아파트와 담이 붙어 있을 정도로 가까웠다. 이진아 도서관에 다닐때 독서모임을 했는데 무척 즐겁게 한 기억이 나서 이곳에서도 독서모임이 있는지 도서관에 문의를 했다. 그런데 마침 코로나가 터지고 모든 활동이 중단되었다. 긴 기다림 끝에 도서관이 정상화되고 그림책 테라피 라는 수업을 듣게 되었다. 그런데 그 강사가 전에 직장에 다닐때 함께 일했던 동료였다. 나도 그림책에 관심이 많아 그 친구가 소개해준 그림책 테라피스트 자격증반을 수강하고 그림책테라피스트가 되었다. 그 수업을 통해 좋은 사람들 많이 만났고 수필로 등단한 이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나도 관심이 생겨 조언을 구하고 곧바로 등단을 하게 되었다. 내가 작가로 등단을 하다니 꿈만 같았다. 그리고 다른 도서관에서 수필강좌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문우들과 수필 합평을 하며 나만의 스타일을 만들어 갔다. 그 후로 공모전에도 당선이 되고 책을 발간하고 싶은 꿈도 생겼다. 이렇듯 도서관은 내 꿈을 이루어주는 공간이 되었고 내 일상에서 빠질 수 없는 부분이 되었다. 

누가 처음 도서관을 만들었는지. 그 많은 책을 다 사지 않아도 마치 내 서재처럼 이용할 수 있는 곳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좋은지. 도서관에 가까운 곳에 산다는 것이 얼마나 큰 혜택인지. 나는 그동안 얼마나 되는 책을 읽었을까. 예전에는 코스모스를 읽고 필사도 했었는데 지금은 그런 열정은 많이 식은 것 같다. 대신 에세이를 많이 읽고 철학책이나 틱낫한 스님 같은 분의 책을 읽는다. 어떻게 살아야 좋은 삶이고 나는 얼마나 나를 다스리며 사는지 점검해 본다. 도서관은 그런 것을 가능하게 해 준다. 이번엔 또 무슨 책을 빌려볼까. 나를 설레게 하는 도서관. 그곳에 세상 모든 책들이 모여 있다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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