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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cca Nov 07. 2024

우연과 아름다움

내가 읽은 많은 책들에서 '우연'은 없다고 말한다. 오늘 만난 그림책 테라피 사람들도 얼마나 많은 인연을 쌓았기에 이렇게 모인걸까. 우연이 아름답게 느껴지는 것은 왜일까. 인과가 분명한 당연한 일들 사이에서 예기치 않은 우연은 인간이 이해할 수 없는 범주이기 때문에 더 아름답게 느껴지는 것이 아닐까. 좁디 좁은 우리의 시각에서 벗어났을 때 멋진 일이 생긴다면 사는 게 하루하루 설레일 것이다. 선재없고튀어에서 임솔이 선재를 살리기 위해 자신과의 기억을 모두 지워냈지만 이상하게 그녀와의 에피소드가 자꾸 생겨나고 그녀에게 관심이 가는 것을 어쩔 수 없는때 그는 "이 정도면 하늘이 엮어주는게 아닐까."하며 그것을 운명으로 받아들이려 한다. 그들이 그만큼 순수하고 용감하게 사랑을 나누었기에 그 진실한 사랑을 세상에서 지워낼 수 없었던 것이다. 나 역시 거듭되는 우연에 "이건 뭘까"하며 오랫동안 고민에 빠져 있었던 기간이 있었다. 그게 신의 장난인지, 그의 장난인지 알 수 없었을때. 노래 한곡으로 내 마음이 무엇인지 깨달았을때 상대도 같은 마음이라는 걸 확인하고 설레였던 순간. 사실 이렇게 오랜 기다림이 필요한지는 몰랐다. 내 경우 이를 받아들이면서 좋았던 점은 우선 나 자신을 더욱 사랑하게 되었다는 점이다. 그리고 불쑥 튀어나오는 나의 생각을 나눌 사람이 있어 더이상 외롭지 않았다. 나에게 브런치에 글을 쓰는 시간은 내 안에 몰랐던 나를 알아가는 시간이었고 우연이라는게 얼마나 멋지고 아름다운 일인지 깨닫는 시간이었다. 사람들은 살면서 어떤 우연을 경험하며 살까. 그것은 그의 인생을 얼마나 바꾸어 놓을까. 내일 합평할 <이토록 평범한 미래>를 읽고 나는 이 작가는 사랑을 하고 싶어하는데 그게 어떤 사랑인지 스스로 알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럴 것이다. 사랑이 자신을 구원하기를 그걸 많이 해야한다면 많이 해서라도. 이 가을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우연히' 사랑이 찾아오기를 바라고 있을까. 사랑에 대해서 우연에 대해서 오래 깊게 생각해 보고 싶은 가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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