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읽은 많은 책들에서 '우연'은 없다고 말한다. 오늘 만난 그림책 테라피 사람들도 얼마나 많은 인연을 쌓았기에 이렇게 모인걸까. 우연이 아름답게 느껴지는 것은 왜일까. 인과가 분명한 당연한 일들 사이에서 예기치 않은 우연은 인간이 이해할 수 없는 범주이기 때문에 더 아름답게 느껴지는 것이 아닐까. 좁디 좁은 우리의 시각에서 벗어났을 때 멋진 일이 생긴다면 사는 게 하루하루 설레일 것이다. 선재없고튀어에서 임솔이 선재를 살리기 위해 자신과의 기억을 모두 지워냈지만 이상하게 그녀와의 에피소드가 자꾸 생겨나고 그녀에게 관심이 가는 것을 어쩔 수 없는때 그는 "이 정도면 하늘이 엮어주는게 아닐까."하며 그것을 운명으로 받아들이려 한다. 그들이 그만큼 순수하고 용감하게 사랑을 나누었기에 그 진실한 사랑을 세상에서 지워낼 수 없었던 것이다. 나 역시 거듭되는 우연에 "이건 뭘까"하며 오랫동안 고민에 빠져 있었던 기간이 있었다. 그게 신의 장난인지, 그의 장난인지 알 수 없었을때. 노래 한곡으로 내 마음이 무엇인지 깨달았을때 상대도 같은 마음이라는 걸 확인하고 설레였던 순간. 사실 이렇게 오랜 기다림이 필요한지는 몰랐다. 내 경우 이를 받아들이면서 좋았던 점은 우선 나 자신을 더욱 사랑하게 되었다는 점이다. 그리고 불쑥 튀어나오는 나의 생각을 나눌 사람이 있어 더이상 외롭지 않았다. 나에게 브런치에 글을 쓰는 시간은 내 안에 몰랐던 나를 알아가는 시간이었고 우연이라는게 얼마나 멋지고 아름다운 일인지 깨닫는 시간이었다. 사람들은 살면서 어떤 우연을 경험하며 살까. 그것은 그의 인생을 얼마나 바꾸어 놓을까. 내일 합평할 <이토록 평범한 미래>를 읽고 나는 이 작가는 사랑을 하고 싶어하는데 그게 어떤 사랑인지 스스로 알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럴 것이다. 사랑이 자신을 구원하기를 그걸 많이 해야한다면 많이 해서라도. 이 가을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우연히' 사랑이 찾아오기를 바라고 있을까. 사랑에 대해서 우연에 대해서 오래 깊게 생각해 보고 싶은 가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