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큼한 오렌지를 먹으면 스페인 생각이 난다. 여행사 친구는 왠지 그곳이 나랑 잘 어울린다고 한다. 너무 고즈넉하지도 않고 볼거리도 많고. 죽기전에 한번 갈 수 있을까. 아는 소설가 언니는 스페인으로 레지던스 초청을 받아 갔다가 그곳 음식을 배워와 식당을 차렸다. 많은 예술가들이 그곳을 찾았다. 언니는 원래 거둬먹이는 스타일이다. 학교 선배인 언니 자취방에 놀러 갔다가 유리병이 예쁘다고 말하자 언니는 손수 만든 사과잼을 넣어 내게 그 유리병을 선물했다. 소설가가 된 뒤 언니네 집에 놀러 갔는데 가지고 있던 여러가지 차들과 노트 같은 것들을 내게 주었다. 그렇게 언니는 누군가에게 주고 먹이는 걸 좋아한다. 그녀가 식당을 한 것이 의외의 일이 아니라 그럴 법했다. 처음 등단할 때 어떻게 그 소설을 시작했는지를 들려주고 내 이야기를 들으며 언니는 소설을 구상하는 것 같았다. 그 뒤 한참 시간이 흐르고 언니를 만났을때 의상부터가 예술가임을 알게할 정도로 독특한 옷을 입고 있었다. 그렇게 언니의 세계와 나의 세계는 나뉘어졌다. 흥미로운 것은 그 뒤 나와 같은 캐릭터가 등장하는 소설을 썼다는 것이다. 누가봐도 그 주인공 중 하나가 나인 것같아서 언니에게 물으니 맞다고 한다. 이런 영광이. 언니는 미리 말하지 않은것 때문인지 곤란해했지만 난 좋았다. 그리고 어떻게 그렇게 세세하게 묘사를 할 수 있는지 감탄이 나왔다. 언니처럼 글을 쓰고 싶어서 필사를 하기도 했다. 언니의 글은 정말 열정적이고 새로운 느낌이다. 누군가는 언니가 결코 쉽게 글을 쓰지 않을거라고 한다. 본인도 그만큼 힘들 것이라고. 내가 만난 언니는 푸근하고 섬세해서 정말 그런가 싶기도 하다. 50에도 소설을 쓸 수 있을까. 이번에 동서문학상을 받으면서 나이가 들어서도 소설을 써서 상을 받는 중년여성이 많은 걸 보고 내가 너무 빨리 포기한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의 나는 사실 수필이 더 쓰기 편한 건 사실이다. 가끔 청소년 소설 아이디어가 생각나는데 아직 시작을 못하고 있다. 내 머릿 속에 지우개가 있는지 잠깐 아이디어가 떠올랐다가 사라지기 일쑤다. 참 언니가 그대의 트위터를 팔로우한 적이 있었는데 알고 있었는지 모르겠다. 그대와 친하게 지내고 싶었나보다. 지금은 계정이 없는 것 같다. 뭔가 재밌는 일을 벌이고 싶다. 글을 쓰는 수 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