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영어 선생님

by leaves

화상영어 수업이 당일날 선생님 사정으로 다른 선생님이 대신 강의를 해주신다는 말에 그럼 그냥 쉬겠다고 말했다. 보충수업 날짜를 정하라는 말과 동시에 선생님의 남편분이 아파서 그간 아이들이 간호를 해왔다가 급작스럽게 안좋아져서 수업을 쉴 수 밖에 없고 어쩌면 그만두게 되실지도 모른다는 말에 마치 더이상 엄마를 볼 수 없는 아이같은 심정이 되어 가슴이 두근거렸다. 다행히 그 다음날 수업에서는 선생님을 뵐 수 있어서 궁금한 것들을 여쭤 보기로 했다. 사실 그 선생님은 얼핏 나보다 나이가 어린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마치 엄마처럼 푸근하고 나에 대해 정말 궁금해 하고 사소한 것도 응원해 주어서 나는 심적으로 기댈만한 상대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그녀에 대한 의존도가 그렇게 높은지 나도 처음 알았다. 그녀 말고 다른 선생님에게 영어를 배우기는 싫었다. 선생님은 수다떠는 것을 좋아하고 세상만사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때 나와 의견이 많이 일치했다. 내가 어떤 이야기를 하든 크게 웃어주니 내가 재밌는 사람처럼 여겨진다. 거기에 한국에 대한 관심도 많고 나의 일상에 대한 관심도 많아서 계속 대화하고 싶은 그런 사람이었다. 한국하면 케이팝을 떠올리는 외국인이지만 우리나라 근처에 태풍이 불거나 큰 이슈가 있으면 궁금해 하고 걱정해 주었다. 그러면서 대화가 편안하게 이어진다. 처음 수업을 할때 선생님이 긴장하지 말라는 말을 많이 했는데 사소한 단어도 기억이 안나 버벅거리고 뭔가 실수를 할까봐 내게 영어 시간은 참 부담스러운 시간이었다. 생각해보니 벌써 1년이라는 시간을 그녀와 보냈다. 나는 어느새 영어로 좀 더 이야기를 하고 싶어지고 그런 내 모습을 보면서 뿌듯해 하고 있다. 공부를 하고 보니 정말 용기만 있으면 저렴한 단어로 의사표현이 가능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아직 파파고에 많이 의지하지만 이제는 영어시간이 그렇게 부담스럽지 않고 그녀가 그만둘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고 내 감정을 살펴보니 나는 정말 그녀를 반가워하고 있었다. 영어실력이 많이 늘었다고 할 수 없지만 이제는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전달할 수 있는 정도는 되는 것 같다. 사실 나도 놀랐다. 내가 의지하고 있는 사람 중 한명이 필리핀 영어선생님이라니. 항상 밝고 에너지가 넘치는 그녀에게 어두운 그림자가 있다고 생각하니 나와 가장 가까운 사람의 일 같아서 마음이 너무 무겁다. 그녀는 좋아지고 있고 그만두지 않을 거라고 말해 주어 나는 안심시켰다. 가능한한 오랜시간 같이 하고 싶은 사람을 만났다. 그것도 외국에서. ㅋ 좋은 사람을 알게된다는 게 어렵다는 걸 내 나이가 되니 깨닫는다. 그런 사람이 늘 내곁에 있어 주었으면 좋겠다. 잠시나마 그녀를 걱정하느라 너무 슬프고 힘들었다. 이 감정이 어디서 오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그녀가 나에게 중요한 사람이 된 것만큼은 사실 인 것 같다. 그녀의 앞길이 꽃길이 되길 바란다. 세상에 부러운 것도 많고 케이팝의 나라에 대해 궁금한 것도 많은 나를 웃게 하는 그녀. 내가 영어를 좀 더 잘 한다면 더 친해 질 수 있겠지. 그런 마음으로 영어 공부를 하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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